
영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귀감이 됐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보리스 존슨(사진) 총리의 공통점이 있다. 각각 2차 세계대전과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영국을 이끈다는 점이다. 외부 도전 요소에 직면한 점 이외에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낮잠이다.
영국 일간 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존슨 총리와 매우 잘 알고 지내는 측근 인사들을 인용해 그가 처칠 전 총리처럼 낮잠을 즐긴다고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평소 본인의 롤모델은 처칠 전 총리라는 얘길 해왔다.
처칠 전 총리는 낮잠 예찬론자다. 그는 생전에 낮잠은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축복받은 망각’이라며 “자연은 인류가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일하도록 의도한 게 아니다”며 “20분에 그칠지라도 모든 활력을 되찾기에 충분하다”는 말을 남겼다. 존슨 총리의 보좌진은 “총리는 낮잠의 회복력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기업 고위 임원들처럼 30분이나 한 시간쯤 잠시 집무실 문을 닫고 낮잠을 자는 게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면서 “남은 하루 동안 총리를 (업무에 집중하도록) 준비시키기 위한 파워 낮잠”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처칠 전 총리와 존슨 총리 이외에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도 모두 낮잠을 즐겼다고 소개했다. 역대 영국 총리들의 서로 다른 업무 유형도 흥미롭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밤늦게까지 일하기를 즐겼지만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이른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는 ‘얼리버드’였다고 한다.
존슨 총리 일과는 오전 6시쯤 버킹엄 궁 조깅으로 시작한다. 이후 아침을 먹으면서 신문을 읽고 내각 관료들과 왓츠앱으로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다른 전직 총리들과 존슨 총리가 다른 점은 그가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한 측근은 아침 첫 회의가 몇시에 시작하든 존슨 총리는 늘 회의 시작 10분 이후에 나타난다고 전했다. 관저 침실에 들기 전 집무실에서 최소 12시간 이상 업무를 보는 게 보통이고 침대 머리맡에도 매일 빨간색 박스 두 상자 분량의 각종 보고서를 두고 잠들기 전까지 챙겨본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측근들의 이런 설명과 달리 총리실 대변인은 존슨 총리가 오후 낮잠을 즐긴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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