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후 1년에 4번 사후 관리
아동과 관계 등 주관 판단 담겨
“양육 관련 실질적 교육도 시급”

“법원에서 입양허가가 나면 국가의 개입은 사실상 끝입니다. 양육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전혀 없습니다.”
입양정책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2019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반철진(사진) ‘더 나은 입양을 실천하는 입양부모 네트워크’ 대표는 적지 않은 입양가정이 양육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 대표는 20년차 양아빠다. 아들 둘 가운데 둘째는 가슴으로 낳았다. 반 대표는 14일 세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나도 내가 원했고 예뻐했던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죽도록 밉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며 양육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친부모로부터 분리된 아이는 새로운 부모를 받아들이는 적응과정에서 ‘내가 당신을 믿게 해주세요’라는 불안 신호를 보내지만 양육 경험이 없는 부모는 이를 거절의 표현으로 오해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입양절차는 입양상담을 시작으로 입양부모교육, 입양 전제 사전위탁을 거쳐 법원의 허가로 이어진다. 입양부모들은 결혼생활부터 경제력, 종교관 등 전반적인 부분을 검증하며 소위 ‘탈탈 털린다’고 호소했다.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 이후에는 1년에 4번씩 사후관리에 들어간다. 보통 입양기관의 조사자가 가정을 방문하거나 부모와 통화를 통해 이뤄지는데 아동의 신체발달, 아동과의 관계 등 주관적인 판단들이 가정조사 보고서에 담긴다.
반 대표는 이 같은 사후관리가 양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다소 형식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난임 부부의 경우 20~30대 결혼해서 노력하다 40대에 입양이 많이 이뤄지는데 양육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기저귀 가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경우를 봤다”며 “아이도 주 양육자가 바뀐 불안함에 이유 없이 보채고 울고 떼쓰고 밀치려고 하는데 그런 상황에 대한 아무런 설명과 교육이 없다”고 지적했다.
입양 전 부모교육 단계에서 양육 관련 내용이 담기긴 하지만 이조차 총 8시간의 교육시간 중 차지하는 비중이 기관마다 다르다. 반면 영국의 경우 입양부모교육을 두 달간 28시간 이수하도록 돼 있고 미국은 부모가 10회에 걸쳐 30시간을 양육 교육을 받는다.
반 대표는 ‘정인이 사건’의 경우도 양육에 대한 고민 없는 입양이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봤다. 입양 과정에서 국가와 부모 스스로 입양가정의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를 양육할 때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심리검사를 통해 미리 징후를 파악해야 한다”며 “현재는 사회복지사가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파악할 심리검사 등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의 개입을 받아들이는 입양부모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반 대표 생각이다. 그는 “‘내 새끼 내가 키우는데 국가가 왜 간섭하느냐’고 따지면 답이 없다”며 “국가의 개입이 아닌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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