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로 ‘정치적 중립 훼손’을 인정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사적 의견 표출로 정치적 중립 의무 훼손 의혹에 휩싸였던 검사들에 대해서도 향후 비슷한 징계 사례가 나올지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징계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사유로 든 6가지 비위 혐의 중 ‘정치적 중립 훼손’ 부분도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를 발표하면서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을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현행 검찰청법은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재직 중인 검사는 정치 운동에 관여하는 일 등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징계청구 당시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속적으로 보수 진영의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대권을 향한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고 의심받아 왔다”면서 “급기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으며, 이후에도 대권후보 1위 및 여권 유력 대권후보와 경합 등 대권후보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됨에도 검찰총장으로서 생명과 같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진실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 조치들을 취하지 않은 채 묵인·방조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기를 마친 후 정치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당시 윤 총장은 대권 여론조사에서 후보로 거론된다는 질의에 “지금은 제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고,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는 물음에는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사실상 정치참여를 선언한 것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번 윤 총장 대한 징계를 토대로 법무부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의혹에 휩싸였던 검사들에 대해서도 징계에 나설지 여부를 놓고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법조계 안팎에서는 SNS를 통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개인 의견을 피력하는 검사들의 행위를 놓고 중립 의무를 위배한 것인지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인 장진영 변호사는 지난 8월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를 향해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고 위반하면 징계 사유가 된다”며 “아무리 여당 세상이라지만 현직 검사가 이 정도의 노골적 정치편향을 드러내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대체 법무부와 대검은 뭐 하고 있나”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진 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냥이(고양이)들이 왕년에 추미애 의원님 지지냥이였는데…지금은 추미애 장관님 지지냥이 됐네요”라는 글을 올리는 등 추 장관과 문재인정부를 옹호하는 의견을 표해왔다. 앞서 진 검사는 김정숙 여사가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아무도 모르게 자원봉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다른 누구에게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진정성과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며 “이런 겸손함과 진정성은 높은 자존감과 이타성 그리고, 측은지심을 구비한 분에게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 훼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정치적 중립 훼손은) 공직 후보에 나간 후보자를 명시적으로 지지하는 등의 명확한 의사 표현이 있어야 하고, 최소한 정당 가입 수준은 돼야 한다”며 “이런 잣대로 하면 (SNS에 글을 올리는 검사 중) 정치적 중립 훼손에 해당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결과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보장할 모든 법적 장치가 허물어졌고, 정권은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들을 징계하고 쫓아낼 도깨비방망이 하나를 장만했다”면서 “대통령 앞에서 눈 크게 뜨는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앞에서 숨 크게 쉬는 검찰 간부들, 여당 의원들 앞에서 허리 똑바로 펴고 서는 검사들 오늘부터 모두 징계 대상”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A씨는 “(이번 징계는) 정치적으로 총장을 찍어 누르기 위한 구실이고, 하나의 명분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중립 훼손은) 정권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찍어 내는 소위 ‘정치재판’ 과정에서 갖다 붙인 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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