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인 골프장 캐디들도 내년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캐디피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 마샬캐디제와 노캐디가 확산하는 등 골프문화 변화가 예상된다.
15일 골프업계와 한국골프소비자원에 따르면 ‘특고 3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7월 1일부터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근로자)도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다.
적용 대상 14개 직종에 골프장 캐디도 포함됐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구직급여, 출산 전후 휴가 급여를 받는다.
이에 따라 골프장 캐디는 내년 7월부터 개인사업자 또는 파견(용역)업체 직원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소득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소득세와 4대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한국골프소비자원이 골프장 캐디의 고용보험 의무화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 소득의 3.3%를 사업소득세로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보험과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까지 포함하면 소득의 20%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팀당 캐디피 13만원을 가정해 월 22라운드 일을 할 경우 캐디 연간 수입은 3432만원이 된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를 합쳐 월 58만5000원, 연간 707만원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아웃소싱 업체에 정직원으로 입사할 경우에는 월 32만2000원, 연간 386만원으로 절반 정도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 캐디 고용보험 의무화와 함께 캐디를 골프장에 공급하는 아웃소싱 업체가 여럿 등장할 것으로 한국골프소비자원은 내다봤다.
한국골프소비자원 서천범 이사장은 “아웃소싱 업체와 계약을 통해 캐디를 공급받는 골프장, 캐디를 개인사업자로 신고해 근무하도록 하는 골프장, 노캐디·마샬캐디 등 캐디 선택제를 도입하는 골프장 등 여러 형태가 등장할 수 있다”라며 “마샬캐디의 경우 골프장 손님은 비용 부담을 덜고, 골프장은 경영이 수월해지고, 먀샬캐디로 나서는 퇴직자는 일자리를 얻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골프장은 캐디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득신고 의무화에 따라 캐디 구하기가 더 힘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제주지역 골프장 30곳의 캐디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30%가량 부족한 실정이다.
캐디를 없앨 수도 없고 유지하기도 힘든 여건에서 마샬캐디가 대안으로 등장했다.
실제, 제주에서도 마샬캐디를 교육하고 골프장에 공급하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마샬캐디를 쓰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제주 사이프러스, 세인트포 골프클럽 등이 올해부터 마샬 캐디를 도입해 캐디피 부담을 절반으로 줄였다.
정규 캐디는 코스 공략 경로와 그린 라인까지 알려주고 클럽을 건네주는가 하면 공을 닦아주고 스코어카드까지 적는 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달리, 마샬캐디는 골프백이 실린 골프 카트를 운전하고 골프채 전달, 홀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등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한다.
대신 마샬캐디 18홀 봉사료는 6만∼8만원으로 반값이다.
마샬캐디는 기존 풀서비스 캐디제와 캐디없이 플레이하는 노캐디제의 절충형이다.
노캐디제는 골프장이 선뜻 도입하기 어렵다. 캐디를 없애면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 진행도 늦어질 수 있다.
제한된 서비스만 제공하되 저렴한 캐디피를 받는 먀샬캐디는 골프가 취미인 퇴직자들 중심으로 늘고 있다. 골프도 즐기고 용돈도 벌 수 있어 마샬캐디로 나섰다. 이들은 업무를 마친 뒤 일몰전 까지 무료로 골프를 치는 혜택을 받는다.
제주에서 마샬캐디를 교육·파견하는 캐디닷컴㈜ 관계자는 “취업준비생과 퇴직자, 경력단절여성, 이주민여성을 중심으로 지원자가 늘고 있다”며 “골프장과 손님 모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캐디피 카드 결제 전용 앱 출시
캐디도 내년부터 노동제공자로 등록이 되고 소득신고가 의무화되면서, 골프장도 관행처럼 여겨졌던 캐디피 현금 결제가 탈세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골프장 관계자는 “캐디피를 카드 결제 또는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시스템 도입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캐디피 카드 결제 전용 앱도 나왔다.
㈜페이더머니가 내년 1월부터 출시하는 골프장 캐디전용 앱인 ‘나이스캐디’는 캐디피를 현금 결제만 가능했던 고객 불편과 불만을 없애기 위해 현장에서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
카드 결제 영수증 전송 서비스 및 각종 세금 신고, 현금영수증 발급, 고용보험 혜택 지원 서비스, 캐디전용 보험서비스 등 골프장 캐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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