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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김대건 신부 순교를 재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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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탄생 200주년 맞아 ‘희년’ 선포
종교인으로서 반성·성찰 촉구하는 취지로
희년 표어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선정
김대건·순교자 영성 곱씹자는 의미 담겨
“안팎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한 작금에
김 신부의 용기·신앙 고백 되새겨 봐야”
천주교, 신앙 깊어지는 계기되길 희망
희년 기념 학술대회 등 여러 행사 열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 개막미사가 봉헌된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김대건 신부 흉상 앞에서 분향예식 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성리학을 국가 원리로 하고, 효(孝)를 으뜸으로 치던 조선시대 후기 천주교는 “도리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믿는 것”쯤으로 치부됐다. ‘강상죄’(삼강오륜을 어긴 죄)를 역모에 버금가게 단죄하던 시절, 조상에 대한 제사를 거부하고 신주(神主)를 모시지 않는 천주교인들은 당시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몰이해와 편견의 간극은 결국 피로 메워졌고, 100여년 이어진 박해 동안 끝내 신앙을 포기하지 않은 1만여 천주교인이 형장에서 산화했다.

“어찌하여 임금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천주교를 믿는 거요, 그 교를 버리시오.” “나는 천주교가 참된 종교이므로 믿는 거요. 우리 종교는 하느님을 공경하라고 가르치고 또 나를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해 주오. 나는 배교하기를 거부하오.”

조선인 최초로 천주교 사제 서품을 받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순교(殉敎)는 그 당시 천주교인들의 모진 삶과 역경을 압축해 보여준다. 조선 정부의 거듭된 배교 권유에도 그는 흔들림 없이 신념을 지켰고, 첫 사제 순교자로 한국 교회사에 이름을 남겼다.

사진=성 김대건 신부(고 문학진 작).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제공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주교회의)가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11월27일까지를 ‘희년’으로 선포했다. 이번 희년의 표어는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이는 김대건 신부가 순교 전 관아에서 받았던 질문으로, 종교인으로서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는 취지가 담겼다.

“이번 희년은 한국 천주교회의 귀중한 유산인 순교 영성, 곧 순교자들이 온 삶을 바쳐 지킨 신앙을 우리 삶과 행위의 중심에 놓고, 신앙이 주는 참 기쁨을 나누는 초대의 잔치입니다.”

 

지난 29일 이용훈 주교의 미사에서 볼 수 있듯 이번 희년에는 김대건 신부와 그로 상징되는 초기 천주교 순교자들의 ‘순교 영성’을 곱씹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독교에서 순교는 ‘박해의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진정한 믿음이 마침내 죽음을 통해 실현되는 최상의 신앙 증거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유교 질서가 강했던 아시아 국가들에서 기독교 역사는 사실상 ‘순교의 역사’였다. ‘서학(西學)’이라 불리던 천주교의 ‘신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교리는 지배질서에 저항하는 이들에겐 개혁 이데올로기로, 양반 기득권들에겐 사회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사상’으로 받아들여졌다. 8000여명의 순교자를 만든 1866년 병인박해나 중국 의화단의 난(1899∼1901), 16∼17세기 일본의 ‘기리시탄 박해’ 등도 잘 살펴보면 그 근간엔 동·서양의 가치관 충돌, 서구 문물에 대한 반동적 성격이 짙게 배어 있다.

다만, 예수 삶이 그러하듯 기독교에 내재된 ‘박해와 이에 굴하지 않는 믿음’의 근본 서사는 박해가 횡행했던 아시아 국가에 믿음이 퍼질 수 있는 토대이기도 했다. 그래서 ‘최초의 신부이자 박해로 순교한’ 김대건 신부가 한국 교회사에서 더 특별한 것이다.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1845년 8월17일 24살 나이에 조선인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고 1846년 9월16일 순교한 그가 사목활동을 펼친 기간은 13개월. 짧은 기간이었으나 죽음을 앞두고도 의연하게 사제 본분을 지킨 그의 모습은 순교자이자 목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순교 전 신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도 ‘천주께서 오래지 않아 너희에게 나와 견주어 더 나은, 더 착실한 목자를 상으로 주실 것이니 부디 서러워 말라’고 위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김 신부의 초상이 담긴 메달 1만200개를 제작해 11일까지 온라인으로 선착순 판매한다. 조폐공사 제공

천주교에선 이번 희년이 깊은 신앙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이용훈 주교는 미사에서 “안팎에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김대건 신부께서 보여준 용기와 신앙고백은 우리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며 “희년을 맞아 사제와 수도자들이 신앙의 쇄신을 이루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교황청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 뜻깊은 기념(김대건 희년)을 통하여 한국 교회의 생활과 사명을 위한 풍성한 영적 열매가 맺어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해왔다.

이를 위해 ‘희년살이 안내서’를 펴낸 주교회의는 전국 16개 교구가 지정한 희년 순례 성지 및 성당 187곳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제공한다.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의 ‘오랜 기다림, 영원한 동행’ 특별 전시(희년 내내)와 희년 기념 학술대회(수원교구·내년 10월) 등 문화·학술 행사들도 잇따라 개최된다. 내년 8월 희년 기념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여는 대전교구는 2021년 12월 개봉을 목표로 김대건 신부 특집영화 제작에 착수했다. 서울대교구도 희년 기념연극인 ‘그 길을 따라서’를 내년 9월 선보일 예정이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희년이란?

‘희년(禧年)’은 구약성경 시대부터 내려온 오랜 기독교 전통으로, 교회사에서 중요한 사건 100주년 혹은 50주년 단위로 거행된다. 고해성사와 영성체, 신심 행위 등을 전제로 신자들에게 죄에 따른 잠벌(暫罰·잠시 받는 벌)을 면제하는 전대사(全大赦)를 수여한다. 희년이 지난달 29일이 시작이었던 것은 가톨릭 전례력으로 이날이 새해 첫날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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