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추도식서 여야 정치인 ‘통합’·‘화해’ 외쳤지만…
역대 대통령 5명 다 모인 사진은 DJ 때가 유일해

20일 전직 대통령들과 관련한 두 가지 굵직한 뉴스가 나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추도식과 기념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는 것, 그리고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을 위해 서울 연희동 집을 공매에 넘기려던 검찰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4명,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서거한 전직 대통령들한테 관심이 쏠린다.
◆전직 대통령 4명 생존해 있지만 공개석상서 못 봐
현재 가장 고령의 전직 대통령은 1931년생으로 올해 89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이어 노태우(88) 전 대통령, 이명박(79) 전 대통령, 박근혜(68) 전 대통령 순이다. 이 가운데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의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교정시설에 수감돼 있어 일반인들은 그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이미 대법원에서 17년이 확정된 ‘기결수’ 신분이고, 박 전 대통령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미결수’ 신분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임기 동안의 뇌물수수와 불법 정치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이듬해인 1997년 4월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했다. 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임자인 노 전 대통령도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져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이 확정됐다.
전 전 대통령의 집이 공매에 넘겨질 뻔한 것도 이 추징금 2205억원을 거의 내지 않은 탓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집을 공매에 넘겨 미납 추징금 일부를 받아내려 했으나 이날 법원이 “공매 처분이 일부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2년 남짓 수감 생활을 하고 1997년 말 특별사면(특사)의 혜택을 받았다. 두 사람에게 큰 은혜를 베푼 이가 바로 이날 서거 5주기를 맞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1927년생으로 지난 2015년 88세를 일기로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은 가장 최근에 서거한 전직 대통령이기도 하다.
1925년생으로 한국 유일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9년 84세를 일기로, 1919년생인 최규하 전 대통령은 2006년 87세를 일기로 각각 서거했다.
이처럼 전직 대통령 대부분이 ‘천수’를 누린 것과 달리 1946년생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63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당시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해 우리 사회를 커다란 충격에 빠뜨렸다.

◆YS 추도식서 여야 정치인들 ‘통합’·‘화해’ 외쳤지만…
전직 대통령들이 대개 굴곡진 삶을 살았던 만큼 이들이 한 자리에 다 모인 사진은 찾기가 쉽지 않다. 마침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중에는 전임자 5명이 살아 있어 생존한 역대 대통령이 6명이었다. 2004년 1월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했으나 이때 이미 건강이 많이 나빴던 최규하 전 대통령,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아 ‘6인 회동’은 불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0월 10일에도 청와대에서 역대 대통령 오찬을 가지려 했으나 이번에는 최 전 대통령 외에 노태우 전 대통령도 건강이 극도로 악화해 참석하지 못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회동은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4명 중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이고 노태우 전 대통령도 건강 악화를 이유로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회동 성사가 불가능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건강이 부쩍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점에 생존해 있던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모인 건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7월 31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만찬 회동이 거의 유일하다. 이와 관련,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대통령님은 재임 시절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과 찍은 한 장의 사진이 기억난다. 정치보복은 없었다”며 “화해·용서·화합·통합의 정치로 우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여야 정치인들도 앞다퉈 황 전 대표처럼 ‘통합’과 ‘화해’를 외쳤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대통령님의 마지막 유훈은 통합과 화해였다”며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멈춰 세우는 것이 이 시대 정치인들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정부는 통합과 포용에 앞장서서 대통령님의 뜻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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