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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족·사제지간 ‘漁기투합’… 장비·기술도 진화 [제3회 세계드론낚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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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5 18:52:13 수정 : 2020-10-25 22: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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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7곳에 모인 드론 낚시꾼들
전국 각지 다양한 사연 가진 팀들 참가
‘낚시와 드론’ 이색조합처럼 역할 분담
'오랜만에 지인들 뭉쳐 스트레스 날려”
광센서로 미끼 투하 지점 세밀히 조정
바다 위 이착륙 가능 해양드론도 등장
첨단 장비들 장착… ‘어부 노하우’ 뽐내
지난 24일 세계일보가 주최한 ‘제3회 세계드론낚시랜선대회’에 참가한 강태공들이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에서 드론을 이용해 낚시 미끼를 투척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와 소무의도, 대부도 메추리섬, 제부도 피싱피어, 충남 당진 석문방조제, 태안 민어도, 이원방조제 등 7곳에서 분산 진행됐다. 영종도=하상윤 기자

“왼쪽, 왼쪽으로. 더, 더, 더. 오케이(OK). 이번 건 잘됐다.”

24일 오전 11시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 대회장. 낚싯대를 잡은 안재진(26)씨가 드론 조정을 맡은 권태우(43)씨에게 미끼를 떨어뜨릴 위치를 설명했다. 낚싯줄이 드론에 걸렸던 첫 번째 시도와 달리 이번에는 꽤 만족스러운 곳에 미끼를 놓았다.

3년 전 드론 스승과 제자로 만난 둘은 이번 대회에 ‘파워풀드론’이라는 팀명으로 함께 참가했다. 한 드론교육원의 교관이었던 권씨는 낚시에 있어서는 안씨의 제자가 됐다. 지난 1회 대회에 참가했던 안씨가 권씨에게 참가를 제안했고, 각자의 전문분야를 살려 권씨가 드론을, 안씨는 낚싯대를 잡기로 했다. 둘의 협업 결과 이들은 60g짜리 복어를 들어올렸다.

이번 세계드론낚시랜선대회에는 이들처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팀을 이뤄 참가했다. 친구와 가족, 지인으로 구성된 80여개팀은 낚시와 드론의 이색적인 조합처럼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고기잡이에 나섰다. 3회째를 맞이한 드론낚시대회는 낚시와 드론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창원·대구에서 왔어요”…친구·부자·형제가 의기투합

대회 참가를 위해 전날 대구에서 인천까지 왔다는 이상렬(44)씨는 친구 정현세(44)씨와 팀을 이뤘다. 팀명은 이씨의 딸 이름에서 따온 ‘다원이홧팅’.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물고기를 낚아올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회 시작 30여분 만인 오전 11시쯤 작은 볼락과 망둥이가 잡혔다. 이씨는 “낚싯대가 흔들리는 게 처음엔 바람 때문인 줄 알았는데 예사롭지 않아 낚싯줄을 당겨보니 물고기가 있었다”며 “상금을 받게 된다면 가족이랑 소고기를 사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쉽게도 순위권에는 들지 못했다.

지난 24일 인천 구읍뱃터를 비롯해 8개 지역에서 랜선으로 치러진 제3회 세계드론낚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87번 ‘이카루츠’팀이 수상 후 기뻐하고 있다. 영종도=서상배 선임기자

전날 창원에서 8시간을 차로 달려 영종도 대회장에 온 부자(父子)팀도 있었다. 드론 제작 업체에서 종사하는 아들 이도규(24)씨가 낚시를 즐기는 부친에게 대회 참가를 제안했다. 이씨는 “1회 대회 때부터 오고 싶었지만 군 복무 중이라 올해 대회를 벼르고 있었다”며 “아버지와 협업할 수 있는 대회라는 점에서 뜻깊다”고 말했다.

대회를 계기로 형제가 오랜만에 뭉치기도 했다. ‘브로’팀의 김권필(41)씨는 대회 공고를 보고 평소 자주 보지 못하는 동생 김형준(40)씨를 떠올렸다. 드론 조종 자격증을 가진 본인과 낚시를 자주 하는 동생이 최적의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김권필씨는 “수상해서 상금도 받으면 좋겠지만 동생과 함께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센서부터 구조용 드론까지 첨단화하는 드론

대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의 장비와 낚시 기술도 첨단화하는 모습이었다. 미끼 투하 지점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하기 위해 광센서(빛 감지 장치)를 활용하거나 바다 위 이착륙이 가능한 드론까지 대회에 등장했다.

지난 24일 세계일보가 주최한 ‘제3회 세계드론낚시랜선대회’에서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영상을 통해 축사를 하고 있다. 영종도=하상윤 기자

3드론 교관인 오성필(31)씨는 드론 자격증이 있는 김찬국(24)씨 등 6명과 한 팀을 이뤄 참가했다. 이들은 정교한 낚싯줄 낙하를 위해 드론에 광센서를 부착했다. 원하는 장소에 도착하면 해당 센서에 LED 광을 쏴 낚싯줄이 떨어지게 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바닷바람에 드론이 바닥에 추락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회 전 맨땅에서 투하 연습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드론 관련 업체에서 나온 한 팀은 해양구조에 사용되는 드론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른 팀에서 가장 염려하는 것이 드론이 바다에 추락하는 일이었지만, 이들의 드론은 물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해 이런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드론에 단 드롭장치(상공에서 물건 등을 떨어뜨릴 수 있게 해주는 장치)는 최대 1.5㎏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이 팀의 정원복(54)씨는 “보통의 드론은 악천후 상황에서 운영할 수 없는데 우리 드론은 군이나 해경에서도 구조활동을 펼칠 때 사용되는 장비”라고 소개하며 “‘다다익선’이라는 다짐으로 물고기를 잡아갈 계획”이라며 드론을 날렸다.

 

영종도=이종민·이강진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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