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원 김홍도의 미술작품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봄날 새벽의 과거 시험장)’가 68년 만에 고향인 경기 안산시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각별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조선을 대표하는 풍속 화가인 단원의 ‘공원춘효도’는 과거 시험이 열리는 날 풍경을 담은 그림이다. 그림 상단에 스승 강세황의 평이 담겨 있는 등 역사자료로 높은 가치도 평가받는다. 하지만 6·25전쟁 당시인 1952년 부산에 머물던 한 미군이 구매해 본국으로 가져가면서 세상의 관심에서 잊혔다.
29일 안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2일 열린 서울옥션의 제157회 경매에서 김홍도의 ‘공원춘효도’를 4억9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시는 2007년 이 그림의 존재를 확인하고, 올 1월부터 시민단체 등과 환수를 추진해왔다.
안산 지역은 김홍도가 20대 초반까지 머물며 그림을 배우고 성장한 곳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시는 단원미술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1952년 부산에서 ‘공원춘효도’를 구매해 미국으로 건너간 미군 병사는 2005년 미국의 한 골동품상에게 이를 넘겼다. 이 골동품상이 2007년 고미술품 전문가인 정병모 경주대 교수에게 감정을 의뢰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정 교수와 사랑의종신기부운동본부, 안산예총은 단원미술관을 운영 중인 안산시에 이 작품 구매를 제안했다. 본격적인 환수 준비는 올 1월부터 시작됐다.
소장자를 만난 적이 있는 정 교수는 13년 전 기억과 자료를 토대로 다시 소장자와 접촉에 나섰고,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2007년 감정 의뢰와 함께 미국 현지 미술관에 팔려고 했으나 다행히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후 안산시와 정 교수 등은 소장자에게 이 작품 구매 의사를 전달하고 긍정적인 답변까지 들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미국 현지 방문이 어려웠다.
지난달 소장자의 건강이 악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안산시는 실물을 보지 못해 구매를 망설였다. 이 와중에 미국 현지에 직원이 있는 서울옥션의 도움을 받아 결국 국내 경매가 성사됐다.
안산시는 이르면 올 연말쯤 공원춘효도를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모두의 노력으로 김홍도의 작품을 되찾게 됐다”며 “공원춘효도를 하루빨리 시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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