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는 가운데, 조선시대에도 전국적으로 역병이 돌던 시기에 차례나 제사를 생략했다는 기록이 공개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소장 자료 중 해당 내용이 담긴 일기를 15일 공개했다.
이중 경북 예천에 살던 초간 권문해의 ‘초간일기’ 1582년 2월15일자에는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서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조상님들께 송구하다”고 적혀 있었다. 또 이틀 뒤에는 증손자가 홍역에 걸렸다는 내용이 실렸다.
또 ‘계암일록’ 1609년 5월1일자에서 안동 예안의 계암 김령은 “홍역이 아주 가까운 곳까지 퍼졌다”고 적었으며, 같은 달 5일 “역병 때문에 단오의 차례를 중단했다”고 썼다.
안동 하회마을 류의목이 기록한 ‘하와일록' 1798년 8월14일자에도 “마마(천연두)가 극성이라 마을에서 의논해서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나왔다.
1668년 ‘현종실록’에도 “팔도에 전염병이 크게 퍼져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홍역과 천연두로 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라고 적혔다.
예로부터 집안에 상(喪)을 당하거나 환자가 생기는 등 우환이 닥쳤을 때는 차례는 물론 기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유생들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전염병으로 오염된 환경이 불결하다고 여기고, 차례 등 집안 행사를 포기해 사람 간 접촉 기회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조선시대의 홍역과 천연두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파괴력이 강한 전염병”이라며 “평화로운 일상을 빨리 되찾기 위해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과감하게 추석 차례를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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