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모듈사서 전기차사업 진출
보조금 받으면 600만원대 구입
2인승… 한번 충전에 70㎞ 주행
“4인승·0.5t 픽업도 출시 계획”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중소기업’.
박영태(59) 대표가 처음 캠시스의 경영을 맡게 된 2012년, 그가 본 회사의 첫 인상은 그랬다. 1993년 반도체 장비 사업으로 출발한 캠시스는 2003년 휴대폰 카메라 모듈 사업에 진출한 뒤 지난 10여년간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해 오던 1차 벤더다. 당장은 안정적이지만 한 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분명 리스크였다. 회사의 목표나 비전도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 회사는 10년 뒤에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을까. 아니,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198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쌍용차 기획재무본부장을 거쳐 쌍용차 법정관리 때는 공동대표까지 지낸 그의 생각은 이미 자동차에 꽂혀 있었다.
자동차와 카메라를 연결해 봤다. 취임 이듬해부터 블랙박스와 어라운드 뷰 등을 만드는 전장부품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성은 나쁘지 않았지만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2014년엔 생체인식 정보보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인 ‘베프스’를 인수하며 차세대 보안사업까지 손을 뻗은 뒤였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엔 답이 정해져 있었다. ‘아예 자동차를 만든다면 어떨까.’
지난 19일 인천 송도 캠시스 본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그는 전기자동차 사업을 구상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덤덤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차를 만든다는 것은 중소·중견기업에서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박 대표였다. 그러나 전기차는 다른 얘기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교적 부품이 적고, 차근차근 기술력을 집중한다면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초소형’이라는 특정 세그먼트 전기차를 공략해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경쟁력을 갖추면 승부를 걸 만하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의 경우 가성비가 높아야 하는 초소형 전기차의 단가를 맞추기도 어렵고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이 분야의 시장 진입을 꺼릴 것이라는 것이 그의 예상이었다.
남은 것은 휴대폰용 카메라를 만들던 회사가 전기차를 만든다고 할 때 주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나 당시 최대주주이자 박 대표가 인생 멘토처럼 여겨왔던 권영천 캠시스 회장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는 개척자 정신 없이 손익계산만 따졌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박 대표는 부연했다.
캠시스는 곧바로 2015년부터 본격적인 초소형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다. 전기차 관련 핵심부품인 배터리관리시스템과 차량제어장치, 인버터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3월 서울모터쇼에선 콘셉트카인 PM-100을 선보이며 저력을 과시했다. 기술적인 한계와 초소형 전기차의 운행과 관련한 법안의 입법이 늦어지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지난해 10월 첫 양산형 초소형 전기차인 ‘CEVO(쎄보)-C’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길이와 폭, 높이가 각각 243㎝, 142㎝, 155㎝, 무게는 587㎏에 불과한 2인승 차량이다. 한번 충전에 66.7∼70.4㎞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80㎞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600만∼700만원대에 살 수 있어 일반소비자 수요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 기업과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B2B와 B2G 판매 영역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공유경제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도 구상 중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수출을 위한 노력들도 이어진다. 박 대표는 CEVO-C의 생산기지를 다음달 중국 창저우(常州)에서 전남 영광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다. 중국보다 자동차 강국인 ‘메이드 인 코리아’가 더 신뢰도와 인지도가 높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기존의 중국산 배터리도 국산 배터리로 교체할 계획이다. 기존의 휴대폰 카메라 모듈 공장이 있는 베트남을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쌍용차에서도 겪어봤듯 결국 불가능은 없다는 게 지론”이라며 “초소형 전기차를 활용한 국내외 다양한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으며 앞으로 4인승 소형전기차, 0.5t 전기 픽업 등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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