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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로코코 미술과 낭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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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3 23:04:01 수정 : 2025-11-13 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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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회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미술 창작 방법이 다양해진 오늘날 이런 질문은 많은 사람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17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루이 14세의 명을 받고 설립된 왕립 회화조각 아카데미는 규칙과 원리를 내세우며 미술을 통제하려 했고, 그렇게 형성된 사조가 프랑스 고전주의였다. 하지만 창작에 관료주의적 사고와 틀에 박힌 원리를 적용하려 한 점이 한계를 드러냈다.

프랑수아 부셰 ‘비너스의 화장’(1751년)

훌륭한 회화의 조건을 놓고 논쟁이 일어났다. 처음엔 선과 형태가 이루는 데생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오래지 않아 이성에 호소하는 데생은 소수의 전문가만을 만족하게 하지만, 감각에 호소하는 색채는 모든 이에게 감동을 준다는 반대 목소리가 점점 더 강해졌다. 급기야 루이 14세가 죽고 아카데미의 권위가 내리막을 걷던 18세기 중엽 색채를 강조하는 로코코 미술이 등장했다.

로코코 미술은 개인의 감성적 체험에 주목하고, 아늑하고 감미로운 분위기와 색채를 강조해서 귀족들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프랑수아 부셰는 관능적인 여체 묘사의 그림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그림 ‘비너스의 화장’에는 쾌락적인 느낌이 화면을 지배한다. 비너스가 어딘가로 가기 위해 서둘러 몸단장을 하고 있고, 그의 아들인 사랑의 신 큐피드가 비너스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사랑의 달콤함을 상징하는 장식품들이 널려 있고, 감미롭고 부드러운 느낌의 세밀한 묘사들이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누가 봐도 탐미적인 이 그림에 18세기 귀족들이 열광했고, 한쪽 벽면에 장식해 두고 향락적인 분위기로 빠져들기도 했다. 로코코 미술의 이런 측면이 후세 사람들에 의해 비판을 받았지만, 창작에서 개인의 감성적 체험을 강조한 점은 낭만주의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감각적 경험을 강조하는 경험론 철학이 데카르트의 합리론 철학과 맞서는 인식론으로 받아들여진 상황도 한몫했다. 사회적 인식론적 변화를 배경으로 감성과 상상력을 강조하는 낭만주의가 새 시대 미술언어로 자리 잡았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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