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수송·지휘·구난·정비 구분
전장 환경 변화 맞춰 기능 추가

적 해안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상륙작전은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처럼 전쟁의 양상을 아군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상륙작전은 일반 육군 부대가 수행하기 힘들다. 해병대가 육해공군과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다.
상륙돌격장갑차는 이런 해병대의 상징적 존재다. 기존에 사용됐던 상륙주정은 병력과 장비를 수송할 수 있었지만, 방탄능력이 부족하고 해안 접근에 제약이 많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 해병대가 1940년대에 도입한 장비가 상륙돌격장갑차다.
태평양전쟁과 6·25전쟁에서 미 해병대는 LVT 상륙돌격장갑차를 이용하여 상륙작전을 감행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기동성이 떨어지고 장갑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아 1972년 LVT7을 새로 개발한다. 현대 상륙돌격장갑차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LVT7은 워터제트 추진방식을 적용해 바다에서의 이동속도를 높이고,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무게를 줄였다.
LVT7의 성능에 만족한 미 해병대는 1980년대 초 LVT7에 40㎜ 고속유탄기관총을 장착하는 등의 개량작업을 거친 AAV7A1을 실전배치했다. 단순한 상륙작전 지원이 아닌, 적 내륙 깊숙한 곳까지 진격한다는 미 해병대의 변화된 작전개념이 반영됐다. AAV7A1은 1·2차 걸프전에서 미 해병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1974년 LVT7을 도입한 한국 해병대는 1998년 한화디펜스(옛 삼성테크윈)에서 AAV7A1을 기술 도입 방식으로 생산한 KAAV를 운용 중이다. KAAV는 KAAVP7A1(병력수송), KAAVC7A1(지휘), KAAVR7A1(구난·정비)로 구분된다.

한국 해병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KAAVP7A1는 상륙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을 보호한다. 상륙 교두보를 확보한 뒤에는 전차와 함께 적 내륙 지역으로 진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2020년대 이후 KAAV는 전장 환경의 빠른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최근 군사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 발사를 계기로 상륙작전 지휘함과 KAAV를 연결하는 위성통신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KAAV에 적 전파 방해를 회피하는 능력을 갖춘 위성단말기가 장착될 예정이다. 수상속도를 시속 13.2㎞에서 20㎞까지 높이고 40㎜ 기관포를 탑재한 신형 상륙돌격장갑차-Ⅱ를 개발해 2028년부터 전력화할 방침이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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