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현재 물가 등 제대로 반영 안 돼
정부와 협의해 개선 대책 마련할 것”

“산사태로 집 절반이 토사에 묻혀 사흘 전에 170만원을 주고 굴착기 2대와 덤프트럭 1대를 불러 대충 치웠어요. 못쓰게 된 살림살이를 사고 도배 등 돈 들어 갈 데가 많은데 지원금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어요.”
11일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에서 만난 이재민 심모(89) 할머니는 부분 파손된 주택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1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에 절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충주와 제천, 음성 등 충남·북 및 경기 7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집중호우 피해지역 긴급지원에 나섰지만 피해 지원액이 현실적이지 않고 신청 절차도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시·군 주민이 다른 지역 수재민보다 행정·재정·금융·의료상 혜택을 더 받는 것 이외에는 차이가 별로 없다. 특별재난지역은 주로 해당 시·군·구의 공공 및 사유시설 피해 규모가 자체 재원만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컸을 때 국고 보조율을 높이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은 특별재난지역 주민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한다. 사망·실종자의 경우 1명당 최고 1000만원, 부상자에게는 250만∼500만원을 지급한다. 이재민에게는 1인당 하루 8만원씩 세대원 수에 따라 43만3000∼95만4000원의 생계지원금을 지급한다.

주민들은 주택과 농경지, 축사 등 풍수해 피해를 본 시설 지원단가가 턱없이 낮다고 지적한다. 주택이 완전히 파손(전파)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지원금은 1채당 1300만원이다. 반파(전파의 50%)는 650만원, 일부만 파손되거나 침수 때는 100만원을 지원한다. 전세나 월세 등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3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수해로 기르던 한우 27마리를 잃은 전남 구례군 봉성마을 조모(87)씨는 “요즘 어미소 한 마리당 보통 800만원씩 나가며 죽은 소값만 2억원이 넘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비닐하우스나 인삼밭, 축사 등의 지원단가도 시세와 동떨어져 있다. 농경지 유실시 지원금은 1㏊당 1600만원, 매 몰시엔 550만원에 그친다. 시설비가 특히 많이 들어가는 비닐하우스(철재파이프하우스 기준)는 1㏊당 2800만원, 인삼밭은 1050만원을 넘지 않는다. 소는 마리당 100만원, 우사의 경우 100㎡당 42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예상하지 못한 풍수해 농민을 돕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 풍수해보험 가입을 농민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시설은 최소 생계비 수준의 정부 재난지원금만 받지만,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시설은 재기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정치권은 재난지원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음성군 대야리마을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재난지원금이 과거 기준이라 현재 물가 등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정부와 협의해 개선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은 다소 다르다. 중대본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은 피해보상금이 아닌 천재지변에 따른 국가의 보조금 차원”이라며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 나라는 풍수해보험으로 수재민을 돕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2018년 포항 지진 이후 주택 전파 지원금이 90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44% 상향된 것처럼 지원기준이 올라 갈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송민섭 기자, 충주·구례=윤교근·한승하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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