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아파트 취득 건수, 해마다 증가… 다주택자도 1천여명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아파트, 32.7% 달해… 투기성 수요 의심

미국 국적의 40대 외국인 A씨는 2018년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의 소형 아파트 42채(67억원 상당)를 갭투자 방식을 통해 사들였다. 보유한 아파트 중 일부는 주택임대업 등록을 하지 않아 임대소득을 내지 않았다. 그는 아파트 수십 채를 살 만큼 한국 내 소득이 많거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며, 취득 당시 외국으로부터 외환 수취액도 없어 자금출처가 불분명했다.
중국 국적의 30대 외국인 B씨는 유학 목적으로 입국해 한국어 어학과정을 마친 뒤 국내에서 취업해 수도권에 거주 중이다. 그는 최근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 및 경기, 인천, 부산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아파트 8채를 사들이고, 이 가운데 7채를 전·월세로 임대했으나 임대수입을 신고하지 않았다. 여러 채의 아파트를 단기간에 취득할 만큼 한국 내 소득이 많거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본국으로부터 수억원 가량의 외환수취액은 있었으나 아파트를 사기에는 부족했다.
외국법인 국내사무소 임원으로 근무 중인 50대 외국인 C씨는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고가 아파트(시가 45억원 상당) 및 강남 소재 유명 아파트(시가 30억원 상당) 등 아파트 4채(총 시가 120억원 상당)를 샀다. 그는 외국인은 월세를 내더라도 월세 세액공제 등을 받지 않는 점을 노려 본인이 거주 중인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3채를 외국인 주재원 등에게 임대해 고액의 월세를 선불로 받고 주택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들처럼 주택임대소득 등의 탈루 혐의가 있는 외국인 다주택 보유자 42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국세청은 주택임대소득 누락 혐의 및 아파트 취득자금 출처 등에 대해 정밀 검증을 거친 뒤 해당국 과세당국에 자료를 통보할 방침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국내 아파트 취득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2만3219명의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 2만3167채(거래금액 7조6726억원)를 취득했으며, 특히 올해에는 거래건수와 거래금액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올해 1∼5월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를 3514건(거래금액 총 1조2539억원) 취득해, 전년 동기(2768건, 8407억원) 대비 건수는 26.9%, 금액은 49.1% 증가했다. 연도별 취득건수는 2017년 5308건, 2018년 6974건, 지난해 7371건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적별 취득 건수는 중국 1만3573건, 미국 4282건, 캐나다 1504건, 대만 756건, 호주 468건, 일본 271건 등의 순이었다. 아파트 취득 지역별로는 서울이 4473건(3조272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도가 1만93건(2조7483억원), 인천시가 2674건(6254억원) 순으로 수도권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강남3구의 경우 강남구 517건(6678억원) 서초구 391건(4392억원), 송파구 244건(2406억원) 순이었다.

두 채 이상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은 1036명(2주택 866명, 3주택 105명, 4주택 이상 65명)이며, 그중에는 42채(취득금액 67억원)를 사들인 사람도 있었다. 외국인 소유주 아파트 총 2만3167채 중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하지 않은 아파트는 7569건(32.7%)에 달했다. 외국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국내 아파트를 여러 채 취득·보유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투기성 수요일 것으로 국세청은 의심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를 취득·보유·양도하는 경우 내국인과 동일하게 납세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조사대상자의 임대소득 탈루는 물론 취득자금 출처, 양도했을 경우 양도소득 탈루 혐의 등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아울러 외국인이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국내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에 대해 조세특약 등에 따라 해당자의 거주지국 국세청(과세당국)에 관련 내용을 정보교환 형태로 통보할 계획이다. 실거주 이외의 목적으로 외국의 부동산을 취득·보유 시 거주지국 과세당국의 관리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외부동산을 이용한 소득은닉·신고의무 위반 같은 역외탈세 혐의에 대해 해당국에서 세무조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국세청은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내국인이 몰래 보유 중이던 외국소재 주택 양도(39억원 상당) 내용을 해당국 과세당국에서 우리나라 국세청에 통보해 이를 토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취득자금에 대한 증여세 15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은 외국자본에 의한 부동산(아파트) 가격 상승 우려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투기성 보유로 의심되는 경우 취득·보유·양도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한 세무검증을 실시할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세금 탈루에 대해서는 내국인·외국인에 대한 구별 없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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