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어제 검찰총장 권한을 축소하는 권고안을 냈다. 총장의 수사지휘·감독권을 고검장에게 분산하고 검사 출신이 아니어도 총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로 인한 과잉·별건·표적수사를 막으려는 취지라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합심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검찰총장 자리를 외부인에게 개방하려는 건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검사 인사를 할 때는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 규정을 고쳐 검찰인사위원회로 이관하라고 권고한 부분도 의심스럽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윤 총장 라인을 사전 협의 없이 대거 좌천시켜 논란을 불렀다. 개혁의 탈을 쓴 검찰 무력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경수사권 조정안 시행령 잠정안에서 중대 사건 수사는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해 개혁의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어제 ‘중대 사건’ 규정이 모호하고 자의적이어서 수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의 검찰 흔들기로 권력형 비리사건 수사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하명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회계부정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런 검찰이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으로 비화한 ‘검언 유착’ 의혹 수사는 강도 높게 밀어붙이다가 검찰수사심의위의 한동훈 검사장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로 체면을 구겼다. KBS 오보 과정에 서울중앙지검 핵심간부가 개입한 ‘권언 유착’ ‘청부 보도’ 의혹까지 불거졌다. ‘윤석열 죽이기’는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다. 눈엣가시를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권의 오만을 읽을 수 있다.
절제되지 않은 검찰권은 견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윤석열 검찰 옥죄기에 나선 것은 검찰을 길들이려는 의도로 비쳐진다.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는 법치를 유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이 수사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존립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개혁을 빙자해 수사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건 권력의 횡포로 볼 수밖에 없다. 누군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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