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나지 않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환청이나 허황된 생각을 하는 망상 등의 증상으로 주변을 난처하게 할 조현병. 국내 인구 중 1% 수준이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조현병 환자들은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18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느슨해지거나 너무 팽팽한 현악기의 줄을 잘 조율하면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듯이 회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담은 명칭이다. 다시 말해 당장은 현악기의 줄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약물을 포함해 심리·행동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문제는 조현병 당사자가 자신의 이상 상태를 인정하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환자들은 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기에 치료실의 문턱을 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럴 땐 보호자의 적극적 도움으로 안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는 환자가 받을 충격, 원망 등을 걱정할 수 있지만 전문의와 대면이 치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에 너무 중요하다. 이후 긍정적인 상황으로 발전할 소지가 크다.
만일 치료가 계속 늦어진다면 환자의 뇌 상태가 망가져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조현병이 최초로 발견되는 시점인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초반의 정신건강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10대들의 경우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으로 향후 학업에 지장은 물론이고 사회성 저하,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많다.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가지 약물이 다양하게 개발됐다”며 “소아나 청소년은 정신기능이 계속 발달하는 단계에 있으므로 증상을 오래 방치하면 사회적응력 습득이 또래와 많은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꾸준한 약물 치료를 통한 관리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초기 급성기에는 충분한 양의 약물로 증상을 신속히 호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후 호전 상태를 유지하면서 재발을 방지시킨다. 다만 약물도 졸림, 입마름, 어지러움, 변비, 체중 증가 등을 비롯해 손발이 떨리는 부작용이 일부 존재하므로 이를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쓴다.
조현병은 마음의 병이 아닌 뇌의 병으로 분류된다. 유전적·생물학적 취약성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조명되고 있다. 즉 타고난 생물학적 취약성에 덧붙여 극심한 스트레스, 트라우마 같은 심리·환경적 요인이 결합됐을 때 나타날 확률이 높다.
정신건강의학과 김종훈 교수는 “최근 선보인 약물들은 기존 부작용을 개선하고 치료 효과를 더욱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라며 “환자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지속적인 치료로 일반인과 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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