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 뒤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 택시기사의 사연이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택시기사는 스쿨존에서 서행하다가 자전거를 탄 아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멈췄는데 아이가 그대로 차를 들이받았고, 아이의 부모는 민식이법을 운운하며 100만원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9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 올린 ‘자전거 탄 아이가 와서 박았는데 100만원 안 주면 민식이법으로 신고하겠다고 해서 70만원에 합의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면 택시기사 A씨는 이달 1일 한 스쿨존을 지나다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자전거를 탄 아이를 보고 정지했다. 그러나 아이가 탄 자전거는 돌연 중앙선을 넘어 택시와 부딪혔다. A씨는 “제 차에도 살짝 기스가 났지만 어쨌든 아이가 제 차에 부딪혔으므로 처음에는 제가 먼저 치료비 명목으로 30만원 정도 주려고 했다”면서 “아이 부모가 민식이법으로 합의금 100만원을 안 주면 합의를 안 하겠다고 하길래 경찰서에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경찰이 민식이법은 (이번 사고 적용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뉘앙스로 말했고, 보험처리보다는 적은 70만원 정도로 서로 합의보는 게 유리하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며 “저는 자전거를 보고 속도를 줄이다 (멈춰) 섰는데 아이가 잘 가다가 갑자기 제 차 쪽으로 핸들을 꺾어서 박은 것이기도 하고, 작은 상해도 없는 것으로 보였는데 제가 치료비 명목으로 70만원을 줘야하는 게 맞는 건지 그게 참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한 변호사는 “민식이법은 벌금이 기본 500만원”이라며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라면 100만원에 합의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면서도 사고 영상을 꼼꼼히 본 뒤에는 “운전자에게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차에 흠집이 난 걸 (오히려) 아이 부모가 물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변호사는 “아이가 일부러 박은 건 아니겠지만 부모가 합의금으로 70만원을 받은 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아이 부모가) 사고 영상을 안 봐서 그렇다, 영상을 보고 나면 (합의금을 요구했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변호사는 “개인택시를 하는 분들은 70만원이라는 돈을 벌려면 일주일 내내 일해야 한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 과속단속카메라와 과속방지턱,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관련 규정을 일컫는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사망 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이 법에 따라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힌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어린이들 사이에선 스쿨존에서 주행 중인 차에 일부러 다가가는 ‘스쿨존 내 운전자 위협 행위’가 유행하기도 해 우려가 높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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