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월급 기준 225만원을 요구하기로 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77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25.4% 오른 금액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충격을 받기 전인 지난해 노동계가 제시한 19.8% 인상률보다 높다.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요구임을 자인한 꼴이다.
민노총은 “최저임금은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는 출발점”이라고 강변한다. 양극화 해소를 얘기하려면 노동귀족으로 변신한 자신들의 기득권부터 내려놔야 하는 게 아닌가. 민노총은 기업 경영진 연봉을 민간부문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부문은 7배 이내로 제한하라고 요구하면서 대기업 귀족노조원의 억대 연봉에 대해선 한마디 말이 없다. 최근 폐지 여론이 이는 주휴수당을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전면 적용하자는 주장 역시 터무니없다. 우리처럼 매주 하루씩 의무적으로 유급휴일을 주도록 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과 터키뿐이다. 1953년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을 본떠 만들었지만 일본마저 20여년 전에 폐지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제도까지 들고나오는 것이 우리 노동계의 현실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밝혔듯이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성장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가라앉으면서 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더구나 기업들은 지난 3년간 32.7%나 오른 최저임금 등의 여파로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처지다. 국내외 경제 환경과 기업 사정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은 동결해도 시원찮은 판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을 역대 최고로 올리자는 것은 경제위기조차 안중에 없는 황당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한국노총마저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숫자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겠는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시장은 더 얼어붙어 영세사업장의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사라진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민노총이 양극화 해소의 깃발을 내걸고 최저임금 인상을 소리칠수록 눈물을 훔치는 경제적 약자들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 지금은 정부와 노사가 힘을 모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때다. 민노총은 자기 밥그릇만 보지 말고 고통 분담의 자세로 최저임금 협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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