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 해외토픽 코너에서나 봐왔던 ‘남성 신체 일부 절단 사건’이 국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남성성을 빼앗고 자칫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큰 범죄인 만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원인을 제공한 남성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지난 3년간 발생한 신체 일부 절단 사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외도(불륜) △폭언 △폭행 등에서 대부분 기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 쌓였던 불만이 한순간 폭발해 남편의 신체를 훼손한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사건 후 다행히 봉합 수술 등 병원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일부는 절단된 신체를 찾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남성 신체 절단 사건, 1년에 1번꼴
국내 남성 신체 절단 사건은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올해까지 1년에 1번꼴로 발생했다.
먼저 2017년 전남 여수시에서는 50대 여성 A씨가 잠자고 있던 남편의 신체를 절단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평범한 주부로 알려진 A씨는 평소 자신을 무시하고 생활비도 제때 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 남성은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A씨가 훼손된 신체를 변기에 버려 봉합 수술은 진행되지 못했다.
2018년 광주시에서는 남편이 평소 생활비를 주지 않고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한 50대 여성 B씨가 남편의 신체를 훼손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피해 남성은 큰 상처를 입었지만 법원에서 아내의 선처를 호소했다.
올해는 서울 도봉구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도봉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C씨는 남편 외도를 의심해 신체 특정 부위와 오른쪽 손목을 절단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해외토픽이던 사건이 국내서도…
남성 신체 절단 사건은 주로 외신에서 전해지는 토픽 정도로만 여겨졌다.
이러한 사건은 1990년대 태국에서 발생한 ‘아내의 보복’ 사건과 흡사한데 피해 남성들 다수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 집에 들어와 깊은 잠에 빠진 사이 믿었던 아내로부터 신체가 훼손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당시 태국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빈번해 ‘아내의 복수’라고 했다. 이러한 ‘아내의 복수’로 인해 태국의 한 병원은 특정 신체 봉합 수술 건수가 무려 30건에 달했다. 이는 세계 그 어디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피해 공통점은 ‘외도·불만·잠’
앞선 국내외 사건들의 공통점은 일부 남성들의 외도와 부부간 불화 또는 남편에게 쌓인 불만이 원인으로 압축된다.
가해자들은 남편의 저항 등을 의식해 수면제를 이용하거나 늦은 밤 남편이 잠든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뉴스를 통해 이러한 범죄를 접한 이들 일부는 여성의 범죄는 잘못이지만 남성들도 원인 제공하는 등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편의 행동이 원인이 돼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간 쌓인 감정이 일순간에 폭발해 큰 사건으로 이어졌단 이유에서다.
앞서 광주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재판부는 20년 이상 피해자와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 아들의 사망 등으로 우울, 불안 증세를 보이다 피해자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자 정신적으로 매우 혼란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전남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평소 남편이 무시하는 행동 등이 원인이 됐다. 즉 하루 이틀 쌓인 불만이나 문제로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란 얘기다.
◆가해자들의 공통점 ‘자수·반성’
해외 사례를 제외한 국내 가해자들의 공통점은 범행 후 경찰에 자진 신고하고 자신의 행동을 깊게 반성한다는 것이다.
앞선 3건의 사고 모두 범행 직후 경찰에 신고해 범행을 알렸다. 또 모두 초범이고 일부는 자신의 잘못을 깊게 반성했다. 한 피해 남성은 법원에 선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이달 초 범행을 저지른 C씨의 경우 자진신고 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신의 범행 동기와 사연 등을 말하며 조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이들 모두 범행을 일정하고 그에 맞는 처벌을 받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범죄를 인정했다고 해서 죄를 면할 순 없다. 문제가 있다면 대화 등의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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