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 총참모부가 16일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개성과 금강산이 다시 군사적 거점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커졌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여가는 모습이다.
개성과 금강산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을 상징하던 곳이다. 이곳에 군부대가 다시 주둔하고 군사 요새화하면 남북 간 경색국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총참모부의 9·19 군사합의 파기까지 거론된다면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수 있다.
◆비무장화된 지대의 전선요새화 의미와 파장
개성과 금강산 지역은 북한이 경제적 목표를 위해 군사적 가치를 포기한 곳이다. 하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두 사업 모두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대남압박을 극대화하기 위해 군대 재배치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과 금강산이 평화지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북한 권력 내부에서도 진통이 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남북 합의로 개성공단이 탄생하면서 이 지역은 중무장 지대에서 비무장 지역으로 바뀌었고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로 수도권을 겨냥했던 62포병여단 등 군부대는 뒤로 물러섰다.

개성공단이 다시 요새화되면 북한이 자랑해온 초대형 방사포 등 새로운 군사 장비들이 대거 전진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항(옛 장전항)은 원래 북한의 동해 최남단 해군기지였다. 북한이 1990년대 말 금강산관광이 시작되면서 이 항구의 남쪽지역을 민간항구로 전환하고 유람선들이 오갈 수 있도록 전격 개방했다. 금강산관광이 활성화된 이후에는 북한의 군함들이 장전항을 이용하는 경우도 크게 줄었고 원산항을 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은
2018년 9·19 군사분야 합의서는 남북이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준비되고 서명됐다. 이는 군사적 긴장완화 및 전쟁위험 해소를 위한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서로 △모든 공간에서의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서해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화 등 5개조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했다.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서해 덕적도~북한 초도, 동해 속초~북한 통천)에도 완충수역이 설정되어 있다. 이 구역에서는 포 사격과 기동훈련을 해서는 안 되고 해안포 포구 덮개와 양측 함정의 함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도 이행해야 한다. 남북이 MDL 상공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도 군사합의에 따른 것이다. 공중 완충구역에서는 전투기의 공대지 유도무기 사격 등 실탄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개성과 금강산 지역의 군사요새화에 이어 군사합의 파기까지 실행에 옮긴다면 이들 최전방 지역의 군사활동은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NLL 인근에 배치된 해안포 부대들이 포문을 개방한다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철거된 전방 감시초소(GP)와 건물만 보존된 GP를 다시 복구하거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근무병들에게 다시 총기 휴대를 허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 총참모부의 주장은 앞으로 남측의 행동을 봐가면서 지상·해상·공중 완충구역 합의도 파기선언을 할 수 있다는 위협이 깔려 있다”면서 “그러나 총참모부 공개보도는 군사합의 파기까지 선언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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