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이 부실 자산에 대한 물적분할을 단행하며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매각 대신 팔릴 자산만 따로 떼어내 분리매각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일부 자산과 부채, 계약을 신설회사 밸류그로스에 넘기는 물적분할을 단행했다. 두산건설은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자산 2조2300억원, 부채 1조7800억원이 됐다. 밸류그로스의 자산은 2500억원, 부채 800억원이다.
신설회사 주식 중 보통주 69.5%는 두산건설이 갖고 종류주식 30.5%는 두산큐벡스에 800억원에 매각한다. 두산큐벡스는 두산건설 레저사업이 분사한 회사로, 춘천 라데나골프클럽 등을 운영하며 두산중공업(36.3%)과 ㈜두산(29.2%) 등 계열사가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이번 분할과 관련해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큐벡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366억8000만원과 309억9000만원을 출자했다.
물적분할을 통해 두산건설이 밸류그로스에 넘긴 자산은 인천 학익두산위브아파트, 일산제니스 상가, 한우리(칸) 리조트, 공주신관 토지 등이다. 이 사업들은 미분양으로 공사대금 회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두산건설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일산 두산위브제니스는 대규모 미분양으로 두산건설은 물론, 자금 지원에 나선 두산중공업의 동반 부실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물적분할로 두산건설의 분리매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방 소재 중소형 건설사와 사모펀드(PEF) 등이 두산건설 매수를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작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를 내놓을 방침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국가 기반산업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외 자본에 매각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추정 매각대금이 6000억원에 달해 단시간에 매각이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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