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하사금으로 지은 학교시설 준공 표지석을 떼어내 교육자료로 활용한다.

10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1980년 9월부터 1993년 2월까지 전직 대통령 관련 도내 교육 시설 전수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학교 관사 6곳과 별관 1곳 총 7곳에서 전직 대통령 관련성을 확인했다.
이들 시설물에는 출입구 하단부 검은색 돌에 “이 건물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하사금으로 건립한 것입니다”라는 문구(사진)와 함께 착공일과 준공일이 새겨져 있다. 대부분의 시설물이 35년여의 세월로 노후화됐다. 일부 시설물은 용도 폐지 신청한 곳도 있다.
삼성중학교는 지난 2월 6일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 1433㎡ 대지에 57.9㎡의 건물을 음성교육청에 용도 폐지를 신청했다. 표지석이 붙어 있는 이 건물(2019년 공시지가 1억 7000만원)을 매각하기 위한 것이다. 이호철 삼성중 행정실장은 “현재 교장 관사로 가끔 이용하는 공간으로 학교 외부 건물이라서 주민들도 잘 모른다”며 “하사금은 얼마인지 모르지만, 건물은 매각하고 준공 표지석은 떼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은여자고등학교는 준공 표지석이 있는 건물을 동아리 활동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학교 내에 있는 이 건물은 185㎡로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다. 김현욱 보은여고 행정실장은 “학생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공간 입구에 준공 표지석이 붙어 있어 학생들도 잘 알고 있다”며 “준공 표지석 철거 여부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8일 ‘역사바로세우기 추진단’ 회의를 열어 표지석 처리방안을 협의했다. 추진단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을 위해 학교장과 외부자문위원 등으로 구성했다. 추진단은 준공 표지석을 철거해 교육박물관에 보관하고 향후 교육자료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건물을 개인 돈처럼 ‘하사금’을 새겨 넣은 준공 표지석 철거는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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