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100만명 이상이지만 광역시로 승격하지 못한 대도시들을 ‘특례시’라는 새로운 범주의 지방자치단체로 묶어 특별히 관리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21대 국회에 제출됐다. 인구 기준을 ‘100만명 이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정부 입장대로 ‘50만명 이상’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지자체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7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경기 수원시병)이 최근 특례시 신설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지자체의 종류를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와 시·군·자치구로 규정하고 있다. 광역시는 현재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6곳이 있다. 이들은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는 광역시로 한다’는 옛 기준에 따라 광역시가 됐다.
다만 1997년 울산이 광역시 대열에 합류한 이후 광역시 추가 지정은 없는 상태다. 종전처럼 ‘인구 100만’ 기준을 적용하자니 광역시가 너무 많아져 광역시가 독립해 나간 도(道)의 행정이나 재정이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특례시다. 인구가 100만명 이상이지만 광역시가 아닌 대도시에 ‘특례시’ 지위를 부여, 도에서 독립시키진 않되 광역시에 버금가는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김영진 의원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경우 행정 수요가 광역시 수준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로서 일정한 특례를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초 지자체인 시와 동일한 규정의 적용만 받도록 되어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특례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대표 발의한 법안을 보면 △특례시의회에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을 두고 △특례시 부시장 수는 2명까지 두며 △특례시의 행정, 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감독에 대해 특례를 두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문제는 기준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안은 ‘특례시의 설치 기준을 인구 100만 이상의 시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대 국회에서 특례시 신설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다가 결국 지자체 간의 의견차로 무산된 것도 이 인구 기준 탓이다.
현재 ‘인구 100만’ 기준을 달성한 기초 지자체는 경남 창원, 경기 수원·고양·용인 4곳뿐이다. 이 네 도시가 20대 국회 당시 특례시 신설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이유다. 21대 국회 들어 특례시 법안을 다시 발의한 김영진 의원의 지역구는 수원이다.
문제는 인구가 100만명에 미달하지만 특례시가 되고 싶어하는 도시들이 많다는 점이다. 조만간 인구가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성남은 물론 강원 춘천, 충북 청주, 전북 전주 등 도청 소재지이자 한 권역의 중심을 자처하는 도시들 역시 특례시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과 별개로 정부는 이미 특례시 신설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키로 하고 입법예고까지 한 상태다. 이 법안은 특례시 승격 기준을 ‘인구 50만명 이상’으로 했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창원·수원·고양·용인 외에 성남·청주·전주는 물론 경남 김해와 경기 화성까지도 특례시가 될 자격을 얻는다.
더욱이 강원도의 도청소재지이고 중심이긴 하나 인구가 5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춘천 같은 곳은 ‘50만명 이상’ 기준에도 동의하지 않으면서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지차체 관계자는 “인구 100만 이상 도시만 특례시로 하자는 입장과 기준을 인구 50만, 혹은 그 아래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면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특례시 도입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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