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한 2번타자’ KBO리그 안착… 야구 고정관념을 깨다 [송용준의 엑스트라이닝]

입력 : 2020-05-27 06:00:00 수정 : 2020-05-26 22:35:01

인쇄 메일 url 공유 - +

21세기 ‘新타순 배치론’ 눈길 / 잘 치는 타자 타석 많이 나올수록 / 득점력 향상된다는 데이터 반영 / 두산 페르난데스 맹활약 대표적 / LG 김현수·롯데 전준우도 맹타 / 홈런수·타점, 5번타자보다 앞서 / 해당 구단 성적도 대부분 상위권

야구에는 타순에 관한 오래된 통념이 있다. ‘테이블 세터’라 불리는 1∼2번에 교타자를 두고 가장 잘 치는 타자를 4번에 배치한 뒤 그 앞뒤로 장타력과 정교함을 겸비한 타자들을 집어넣어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한다. 그리고 8번에 가장 약한 타자를 두는 것 등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사고를 하고 있다면 20세기 야구에 갇혀 있는 것이다. 21세기 들어서는 타순 배치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단 가장 잘 치는 타자를 3번 타순으로 앞당기고 가장 약한 타자는 9번에 배치한다. 이는 잘 치는 타자가 타석에 많이 나올수록 팀의 득점력이 향상된다는 통계 데이터가 반영된 결과다.

이 같은 논리라면 최고 타자가 1번 타순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테이블 세터’라는 강력한 전통이 길을 막고 나섰다. 하지만 재야의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 신봉자들은 낡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고, 새로운 대안으로 ‘강한 2번 타자’ 배치론이 등장했다. 잘 치는 타자가 타석에 많이 들수록 좋지만 1번으로 나갈 경우 앞에 주자가 없을 확률이 높아 가장 효율적인 타순 배치는 2번 타자가 강타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이론은 2010년대 들어 메이저리그에서 받아들여졌고 이제는 빅리그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크리스천 옐리치(밀워키 브루어스) 등이 익숙한 2번 타순 강타자들이다.

김현수

KBO리그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김현수(LG)와 박병호(키움) 등이 2번 타순에 배치되며 관심을 끌었지만 실제 정규리그에서는 4번 타자로 복귀해야 했다. 이들이 앞으로 빠져나가면 중심 타선이 허약해진다는 이유였다.

페르난데스
전준우

하지만 2020시즌 ‘강한 2번 타자’ 바람이 KBO리그를 휩쓸고 있다. 25일 현재 타율 5할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두산의 호세 페르난데스를 필두로, 김현수, 전준우(롯데), 김하성(키움) 등 이전까지는 클린업 트리오에서 활약하던 타자들이 2번 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은 장거리포 타자인 김동엽이 2번에 고정되는 분위기다. NC도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를 간간이 2번 타자로 기용하기도 한다.

김하성

실제 KBO에 늘어난 ‘강한 2번 타자’의 효과는 기록으로도 드러난다. 이번 시즌 타순별 타격성적을 보면 사실상 2번부터 5번까지를 중심타선으로 봐도 무방하다. 특히 이번 시즌 KBO리그 2번 타자들의 홈런수(25개)와 타점(118개)은 5번 타자의 홈런수(23개)와 타점(106개)보다 앞서고 있다. 이제 ‘클린업 트리오’ 개념이 2번에서 4번 타자를 일컫는 것이라 해도 될 정도다. 특히 강한 2번 타자를 기용한 팀들의 성적이 대부분 상위권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왜 모든 팀이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까. 이는 팀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강한 2번 타자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 방을 갖춘 확실한 4번 타자가 필수다. 지난해 류중일 LG 감독이 김현수 2번 카드를 고민하다 포기한 이유가 4번 타자 역할을 할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로베르토 라모스라는 든든한 자원이 생겼다. 두산은 김재환, 롯데는 이대호, 키움에는 박병호라는 거포가 버티고 있기에 강한 2번 타자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오피니언

포토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
  •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
  • 박지현 '아름다운 미모'
  • 블랙핑크 제니 ‘수줍은 손인사’
  • 카리나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