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휴교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에서 9월 입학·신학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현재 4월인 입학·신학년 시기를 9월로 변경하자는 주장에 대해 “큰 변화가 있는 가운데에서 폭넓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검토해 나아가겠다”고 전향적인 자세를 밝혔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일부에서 제기된 9월 입학·신학년론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국제사회 전체로서는 9월(입학)이 주류이라는 것도 사실”이라며 “(사회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입학·신학년론은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라이 요시히로(村井嘉浩) 미야기(宮城)현 지사가 지난 27일 17현 지사 동맹(일본창생을 위한 미래세대응원 지사동맹) 회의에서 제기한 데 이어 29일 오전 화상회의로 진행된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縣) 지사회의에서도 중앙 정부가 9월 입학론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속출했다. 전국지사회 회장인 이즈미 가몬(飯泉嘉門) 도쿠시마(德島)현 지사는 “세계표준인 9월 입학을 다수 지사에게서 제언으로 받고 있다”며 “여기(전국지사회의)가 분수령”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 주요국은 대부분 9월에 입학과 신학년이 시작된다. 일본에서는 구미(歐美) 연수나 유학시 학기 차로 인해 학년이 맞지 않아 국제 표준에 맞춰 입학과 신학년 시작 시기를 가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3월 졸업과 4월 취직이 핵심인 일본의 사회 시스템에서 이런 주장은 그동안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시기상조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본 최고 학부(學府) 도쿄대가 한때 추진했다가 포기한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휴교 사태의 혼란이 발생하면서 역설적으로 변화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무라이 지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17현 지사동맹에서의 주장 후) 예상외의 반향에 놀랐다. 인터넷을 보면 90%의 여론이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미 여러 나라의 학교가 9월 입학이다. 이런 때에 국제화를 향해 9월 입학도 생각할 수 있는 하나다”고 말했다. 이어 “(17현 지사동맹) 지사 회의 멤버 중에도 5월 말까지 학교 개교가 늦어지는 곳도 있다”며 “학교 개교가 늦어지면 학력차가 일본 전체에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9월 입학·신학년론에 대해 “메이지(明治) 시대에는 9월 입학이었다. 4월을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다”며 “내년에는 (입학·신학년 시기 변경의) 모멘텀을 잃는다”고 말했다.
일본의 입학·신학년 시기 변경이 성공할 경우 레이와(令和) 유신(維新)이라고 부를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일본의 입학·신학년 변경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적지 않아 일본의 논의를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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