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년 동안 양변기에서 새는 수돗물(704만t)을 모으면 석촌호수(636만t)를 하나 더 만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수도요금을 낸 곳은 서울대학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8∼9월 35만4800t을 사용해 수도요금 7억6000만원을 냈다. 롯데월드가 같은 기간 수돗물 10만4100t 사용 대가로 낸 요금(3억7000만원)의 2배가 넘는다. 코엑스를 운영하는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8월 한 달 간 9만3000t을 쓰고 3억2000만원을 내 한 달 단위로만 보면 상업시설 중 가장 많은 수도요금을 냈다.
서울시 수도요금과 시민들의 수돗물 사용량은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일까. 22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수도요금(상하수도요금+물이용 부담금)은 가정용(1t당 402.9원)과 일반용(〃 987.7원), 공공용(〃 808.1원), 욕탕용(〃 477.0원) 등 업종에 따라 차등 부과하고 있다.

서울시민 1인당 평균 수도요금은 지난해의 경우 t당 565.67원이었다. 상수도 생산원가(706.67원)의 80%에 불과하고 시판되는 생수의 1000∼3000분의 1 수준이다. 미국 뉴욕의 t당 수도요금은 3342원, 영국 런던은 2319원, 프랑스 파리는 1957원이다. 서울 시민이 하루 평균 소비하는 수돗물은 292ℓ. 뉴욕(454ℓ)보다는 적지만 파리(234ℓ), 런던(180ℓ)보다는 많다.
서울 수돗물 유수율은 95.8%로 파리(90.4%), 뉴욕(85.4%), 런던(74.4%)보다 높다.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이 수도관을 따라 가정까지 도달해 요금으로 부과한 양의 비율이다. 유수율이 높을수록 수돗물 공급 과정에서 누수로 낭비되는 물이 적다는 의미다. 유수율을 0.1% 올리면 그만큼 생산량을 줄일 수 있어 연간 8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양변기 누수는 유수율 높이기의 주된 저해요인이다. 지난해 166만t을 비롯해 최근 4년 간 양변기 누수로 손실된 수돗물은 704만t이 넘는다. 서울 석촌호수(636만t)를 채우고도 남는 양이다. 지난해 서울시 수돗물 누수사고(5만3254건)의 39.3%(2만933건)는 양변기 고장 때문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월1일부터 양변기에서 발생한 누수에는 수도요금 감면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양변기 누수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수돗물 누수의 최대 요인은 노후 배관(56.6%)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말까지 전체 상수도관(1만3504㎞) 중 99.5%인 1만3440㎞를 녹이 잘 슬지 않는 관으로 교체·정비했다고 밝혔다. 지구 둘레의 3분의 1,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17회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오는 6월 재개발·재건축 구간을 제외한 26.5㎞에 대한 교체·정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백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수돗물 관련 이색 통계를 통해 수돗물이 시민의 생활에 필수적인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깨끗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시민들이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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