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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자초한 인류… 끝없는 탐욕 향한 경고

입력 : 2020-04-11 03:00:00 수정 : 2020-04-10 19: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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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우월주의 과학적 근거 없어” 비판 / 지구 황폐화 부른 오만·이기심 꼬집으며 / 자기 중심적 ‘호모나르키소스’로 정의 / 기후 변화·전염병 등 ‘지구의 종말’ 경고 / “성장주의 벗어나 공존의 지혜 되찾아야”
저자는 근거 없는 인간 우월주의를 과학적 팩트를 통해 처절히 깨놓으며 인류가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고 일갈한다. 인류는 더는 신과 같은 영역을 지닌 ‘호모데우스’가 아니라 이기심에 사로잡혀 지구의 각종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아가는 ‘호모나르키소스’가 더 어울린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이기적인 유인원’이라고 불린다. 게티이미지 뱅크 제공

1758년 칼 폰 린네가 지금의 인류를 포함한 현생 인류인 아프리카 유인원에게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사피엔스’라는 라틴어 학명을 붙인 이후 인간들은 스스로 특별하며 지구상의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 많은 특권을 받았다고 굳게 믿어왔다. ‘만물의 영장’을 자칭하기도 했다. 지구상 어떤 존재보다 우월하다고 확신했고, 실제 눈부신 과학적 성취를 이뤄내며 더 밝은 미래를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해 나갔다. 급기야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오늘날에는 신과 같은 권력을 지녔다고 해 호모데우스로도 불리게 됐다.

미국 오하이오주 마이애미대 교수로 생물학자인 니컬러스 머니는 ‘이기적 유인원’에서 더는 인류에게 이 오만한 이름표를 붙여 줄 수 없다고 말한다. 독자는 책을 통해 스스로가 속한 인류가 정말 호모사피엔스, 즉 지혜로운 인간이 맞는지에 대해 근본적이 의문과 함께 자성의 계기를 가질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21세기에 들면서 인류의 집단지성은 바닥나고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어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이름은 이제 어불성설이 됐다.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나르키소스를 인간에게 빗대어 우리에게는 ‘호모나르키소스’, 즉 자기중심적 인간이라는 학명이 더 어울린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사고방식에서 오비디우스의 상상을 초월하는 나르시시즘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를 이렇게 정의한다.

“호모나르키소스: 지구 생물권을 완전히 파괴하여 자신을 멸종의 길로 몰아넣은 아프리카 출신 유인원의 한 종.”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자존심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생물학계를 뒤흔든 저자의 이야기는 지구가 우주에서 평범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간 몸속의 미생물 출처, 인체의 작동방식 등을 통해 인류가 그다지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시종 상기시킨다. 저자는 “인류는 무기질 뼈대에 지방덩어리를 매끄럽게 펴 바른 뒤 단백질 끈과 전깃줄을 동여매고, 풀무로 가슴속에 공기를 불어넣고 정교한 배관을 통해 영양분과 물을 공급한 후에 내장을 집어넣어 질긴 가죽으로 감싼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지구의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고대 바다의 해면동물에서 태동했으며, 심지어 유전학적으로는 버섯과도 큰 차이가 없다. 2001년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는 “미개한 선충이 지닌 약 2만개의 유전자가 1.5배, 어쩌면 1.3배만 증가해도 인간이 되기에 충분할 수 있다는 상당히 자극적인 사실은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세기에 틀림없이 과학, 철학, 윤리, 그리고 종교 문제를 촉발할 것”이라고 했다.

니컬러스 머니/김주희/한빛비즈/1만7000원

책에서 저자는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에 이어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지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전염병 팬데믹은 어쩌면 인류 재앙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앙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인간이 지구 환경을 바꾸어 멸망의 시점을 앞당겼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오존층이 뚫리는 바람에 지구는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 산성화된 바닷물이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으며 산업 활동으로 공기가 오염되고, 멈추지 않는 삼림 벌채로 사막화가 일어나 초원과 호수가 줄어들고 있다. 농작물은 가뭄에 말라죽을 것이며 어장이 파괴되고, 야생동물의 개체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며, 곤충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식물도 멸종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인간 또한 피할 수 없는 더위에 눈물을 흘리며 화산재에 파묻힌 폼페이 희생자들처럼 태아 자세로 웅크리게 될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으며, 시간이 흐르고 굴뚝의 연기가 올라갈수록 이러한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은 커져만 간다는 것이다. 인류는 그간 농업, 의학, 공학 발전의 축복을 받았다. 과학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수행했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이제 전멸할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이름에 조금이나마 걸맞은 존재가 되고 싶다면 하늘이 무너지기 전까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물이 풍부한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고통받는 다른 존재에게 더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야 하며, 지금껏 계속해 왔던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단호하게 멈추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지혜로운 인간’으로 계속 불리기를 원한다면 이름값을 하는 성숙한 인류가 돼 달라는 주문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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