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국방부에 서한을 보냈다 경질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배에서 내리자 승조원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등 경의를 담아 배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행동을 비난했지만 시민들은 그를 위해 복귀 청원에 나섰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증손자가 언론을 통해 공개 지지를 보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증손자이자 롱아일랜드 대학 시어도어 루스벨트 연구소장인 트위드 루스벨트는 자신의 증조할아버지 이름을 딴 배의 캡틴이었던 크로지어 함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NYT에 ‘크로지어 함장은 영웅’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 “증조할아버지도 자신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크로지어 함장은 괌에 정박 중이던 항모 내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는 데도 하선 명령이 내려지지 않자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승조원들의 안전을 위해 하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상부에 보낸 이 편지는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고, 결국 승조원들에 대한 하선 결정이 내려졌으나 미 해군은 크로지어 함장의 판단력을 문제 삼아 지난 2일 그를 경질했다. 일각에서는 크로지어 함장이 서한을 언론에 유출했다고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로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가 한 행동은 끔찍해 보인다.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건 문학 수업이 아니다. 그는 핵으로 추진되는 거대한 배의 함장이다. 그는 편지에서 그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해군에 따르면 루스벨트호에 탑승한 승조원 5000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마쳤으며 확진자 수는 이날 기준 총 155명으로 전날보다 13% 늘어났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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