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정동일의혁신리더십] 리더의 진짜 모습은 위기 때 드러난다

관련이슈 정동일의혁신리더십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0-02-13 23:32:18 수정 : 2020-02-13 23:32:17

인쇄 메일 url 공유 - +

코로나19 사태로 시진핑 리더십 비판 / 비상상황은 리더에게 위기이자 기회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중국에서만 사망자가 1300명을 넘었고 감염자는 5만9000명을 넘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고 감염자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아 다행이다. 그렇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경기가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많았는데 이번 코로나19로 소비위축이 장기화하고 다양한 업종에서 생산이 중단되고 매출이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언론으로 접하면서 필자의 눈에 부각된 점은 따로 있었다.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태도와 행동으로 인해 그의 리더십이 큰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감지와 대응이 절대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관료주의로 인해 지난달 중순이 되어서야 시작되었고, 관료들은 눈치를 보고 사태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국가적인 재난에 최종 책임을 져야 마땅한 시 주석이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정치국 상무회의를 열어 “당의 지휘에 따르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은 처벌하겠다”고 경고하며 말단 관리들에게만 책임전가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민심이 들끓자 지난 10일 오후가 되어서야 마스크를 쓰고 현장을 처음으로 방문하여 체온을 측정하는 등의 정치적인 쇼를 연출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이 리더의 결단력과 강한 리더십을 원한다. 현장에서 메가폰을 잡고 희생된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함께 아파하고 울기를 원한다. 여기서 리더에 대한 신뢰가 싹트고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위기는 리더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가 된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해 실패한 대표적인 리더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다. 퇴임 직전인 2008년 8월 23일부터 미국 남부의 대도시 뉴올리언스에 카트리나라고 불리는 최고 등급의 태풍이 몰아쳤다. 온 도시는 물바다가 되었고 대부분의 시민은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공식적인 사망자 숫자가 무려 1833명인 대재앙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퇴임을 불과 4개월 앞둔 부시 대통령은 뉴올리언스에 가서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는커녕 계획된 휴가를 떠났고, 휴가 후 워싱턴에 돌아가는 길에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뉴올리언스를 내려다보던 장면이 사진에 찍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시 주석처럼 사태가 악화하자 뉴올리언스로 날아가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에게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실패한 리더란 생각이 굳어진 후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 당시 지지율이 불과 20% 초반대로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지지율이 낮은 상태로 퇴임하는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C-SPAN이란 미국의 정치채널에서 2009년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부시를 미국 역대 대통령 42명 중 36번째로 평가하는 수모를 얻었다.

나라나 조직을 이끌다 보면 계획에 없던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야말로 리더가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지고 리더십의 본질이 드러나는 결정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리더십 모멘트(leadership moment)라고 부른다. 리더십 모멘트가 찾아오면 나는 어떤 태도와 행동을 취해야 할지 이번 우한 폐렴 사태를 통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정동일 연세대교수·경영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만삭' 이하늬, 아름다운 미소
  • '만삭' 이하늬, 아름다운 미소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