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술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와 전통 소주부터 서양의 와인, 위스키, 코냑, 중국의 백주와 일본의 사케 등 시판되는 모든 술을 모아놓으면 100만종은 족히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양의 고급 주류문화를 대표하는 술은 와인과 위스키. 그렇다면 와인과 위스키 중 뭐가 더 비쌀까?

와인과 위스키는 고급 발효주와 증류주를 대표하는 주종이다. 발효주는 말 그대로 발효시켜 만드는 술이고, 증류는 이 발효주를 증류한 술이다. 발효주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당과 수분이 필요한데, 포도의 당을 이용해 알코올로 바꾸는 것이 와인이다. 반대로 증류주는 이미 완성된 발효주를 끓여서 알코올을 추출해 만들어진다. 기화된 알코올을 차가운 매질에 닿게 하면 다시 액체가 된다. 발효주의 알코올을 뽑아내서 분리하는 것이 증류주이며, 맥주를 매개체로 증류해 만드는 것이 위스키이고, 와인을 증류한 것이 코냑(브랜디), 막걸리 및 청주를 증류해서 만드는 술이 전통 소주다.
이렇게만 본다면 증류주가 발효주보다 비쌀 듯하다. 발효한 술을 다시 증류하는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우선 좋은 와인을 만들려면 재료를 엄선해야 한다. 재료의 퀄리티에 따라 맛이 확 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조공정에서도 더욱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리고 발효라는 것은 일상생활에도 일어난다. 이 뜻은 와인 등의 발효주는 늘 맛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공간, 온도, 습도 등 더욱 세심한 관리가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와인뿐만이 아니다. 맥주, 또 한국의 좋은 약주, 청주 등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다. 즉, 보다 농산물의 성격이 강한 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에 비해 증류주는 조금 더 자유롭다. 원료의 맛이 100% 기인하는 와인 등의 발효주에 비해 증류라는 과정이 하나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증류하는 과정에서 모든 색은 다 빠지고, 멸균처리가 된다. 즉, 원료가 되는 농산물의 맛이 발효주에 비해 지극히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40도 이상의 높은 알코올 도수에는 그 어떠한 균도 살지 못한다. 한마디로 만들어 놓은 이후에는 직사광선만 피해 주면 맛이 상할 일이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집에서 술을 빚을 때 만들었던 발효주가 지나치게 시거나, 생각했던 맛이 안 나오면 증류주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맛이 없다는 이유로 술을 버리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물론, 위스키의 경우 오랜 시간 숙성을 필요로 하고, 그 시간 동안 원액이 증발하는 등 관리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와인을 비롯한 발효주와 위스키 등의 증류주 중 ‘무엇이 더 비싸냐’라는 질문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에 같은 원료로 만들었다면, 당연히 한 단계 더 거처야 하는 증류주가 비싸다. 그리고 30% 이내로 확 줄어든다. 한국의 희석식 소주가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늘 잉여 농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료의 풍미도 없으며, 보관비용도 무척이나 저렴하다. 우리가 싸게 마실 수 있는 이유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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