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와이파이와 전원을 찾아서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0-02-03 23:26:13 수정 : 2020-02-03 23:26:21

인쇄 메일 url 공유 - +

기자 초년병 시절이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와이파이’라고 불리는 무선 인터넷 연결은 상상밖의 일이었다. 네트워크란 그저 ‘눈으로 볼 수 있는’ 선으로 연결된 것뿐이었다. 그것도 회사나 가정 등 고정된 장소에서나 흔히 ‘랜선’이라는 빠른 인터넷 연결이 가능했고 낯선 공간에서 기사를 현장 송고하려면 전화선을 찾아 온라인 연결을 시도해야 했다. 특히 지방이나 해외 출장이라도 갈 경우에는 전화로 네트워크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노트북 컴퓨터에 반드시 설치해야만 했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그뿐만 아니다. 당시 지급됐던 노트북 컴퓨터는 지금보다 보잘것없는 스펙이었지만 3㎏ 가까운 무게를 자랑했다. 무거운 것이야 참는다 쳐도 제일 큰 걱정은 배터리였다. 당시 최장 4시간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배터리는 한두 시간이면 수명을 다했다. 전원코드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갑자기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줄어드는 배터리 용량을 바라보며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그래서 가끔은 현장에서 단명한 배터리 탓에 기사를 보낼 수 없어 손으로 옮겨적은 기사 내용을 당번 근무자에게 전화로 불러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문인지 당시 현장 취재를 갈 때는 코드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와 전화건 랜이건 온라인 연결이 가능한 ‘선’이 있는 곳인가에 대한 사전점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세상이 어디나 인터넷이 가능한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이 막 등장했던 그때, 빨리 그런 시대가 와서 ‘연결’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생각보다 빨리 유비쿼터스 시대가 왔다. 노트북도 점점 가벼워지더니 이제는 1㎏도 안 되는 무게에 배터리는 온종일 버틴다. 여기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선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와이파이’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출장 때 처음으로 무선 인터넷으로 기사를 전송하면서 세상이 정말 달라졌다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새 유선보다 무선 인터넷 연결이 일상인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급하면 아무 카페에 들어가도 전원과 와이파이를 맘껏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이동 중에도 업무가 가능하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변화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가끔은 ‘연결’에서 멀어지고 싶기 때문이다. 당장 노동의 강도도 달라졌다. 1990년대 삐삐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것이 노동통제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논문을 본 적이 있다. 삐삐는 휴대전화로 이어졌고 이제는 스마트폰과 와이파이의 시대가 됐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예전에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제한됐던 업무환경이 지금은 ‘연결’에 대한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24시간 근무대기 체제를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연결’이 안 되는 것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있었다면 지금은 ‘연결’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생겨났다. 기술의 발달이 해결해 주는 고민이 또 다른 고민을 낳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와이파이 접속 환경에 익숙한 세대라면 결코 느끼지 못할,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는 ‘옛날 사람’이 된 건 아닌지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