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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신들·호메로스… 신화를 그림으로 표현한 명화 해석

입력 : 2020-01-11 03:00:00 수정 : 2020-01-10 19: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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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 드니조 / 배유선 / 생각의길 / 2만2000원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신화의 비밀, 명화의 비밀 / 제라르 드니조 / 배유선 / 생각의길 / 2만2000원

 

파블로 피카소는 무엇을 말하고자 미노타우로스 신화를 선택했을까. 프란시스코 고야의 식당에 걸려 있던 참혹한 그림은 무엇에 영감을 받았을까. 19세기의 빈에서 살아가던 구스타프 클림트에게 왜 냉혹한 아테나의 이미지가 와닿았을까.

예술사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질문에서 신화를 그림으로 표현한 명화를 해석했다. 저자는 우주 창조부터 고대 서사시까지, 태초의 신들부터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가 노래한 영웅들까지, 각 시대의 걸작과 대표작을 엄선해 신화와 예술이라는 양 갈래에서 해설하고 음미했다.

저자는 신화를 ‘눈떠 보니 부조리한 세상에 던져져 있던 인간에게 위로가 되는 해명’이라고 했다. 그는 “태풍, 화산 폭발, 천둥과 지진 등 자연의 무자비함을 신의 분노 탓으로 돌릴 수 없었다면 인간은 두려움과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며 “신화는 자연과 신과 인간이라는 세 범주를 엮어 운명의 부조리함에 맞설 논리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이야기 짓기를 통해 지혜를 발휘했다. 그중 그리스 신화는 이야기의 씨실과 날실이 풍성하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인문학의 열쇠’라고 일컬어졌다. 그 점 때문에 그리스 신화는 다양한 분야 예술에 차용됐다. 특히 회화에서 그리스 신화는 독보적인 인기를 끌며 시대마다 새롭게 재현됐다. 그렇다고 단순히 회화가 그리스 신화 재현의 도구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다. 화가들은 각 시대의 시선으로 그리스 신화를 개성 있게 풀어냈다.

예컨대 고야의 ‘자식을 삼키는 사투르누스’(또는 사투르누스)의 경우 고야는 그리스 신화에서 자식을 잡아먹고 있는 크로노스(로마의 사투르누스)를 그리면서도 화가의 주관으로 신화를 해석했다. 그림의 검은 배경은 올림포스 산이 ‘문명화’되지 않은 시절을 의미하며, 크로노스의 광기 어린 눈은 그가 계획적인 살인마가 아니라 미쳐서 눈이 돌아간 아버지라는 점을 화가가 표현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또한 저자는 같은 주제를 다르게 그린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또는 아들을 잡아먹는 크로노스)를 추가해 고야의 그림과 비교했다. 저자는 루벤스의 그림에서는 ‘노부(크로노스)’가 눈 하나 깜빡 않고 산 채로 갓난아이를 삼키고 있다며 고야의 크로노스와 달리 일시적 광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고의적인 범행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프랑스에서는 몇 해 전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중등 교과과정에서 제외되면서 고대 신화를 현대적 상상으로 연결하던 고리가 느슨해졌다”며 “그 고리를 다시 조여 주는 것이 있다면 날로 커지는 예술사에 대한 관심”이라고 했다. 그는 “한 권의 책에 방대한 신화를 다 담겠다면 욕심이지만 시간순으로 정리한 작품 오십여 점이라면 맛보기로 손색없을 것”이라며 “명화가 주는 시각적 환희를 넘어 신화를 읽는 눈이 점차 바뀌어온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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