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첩보극 같은 탈출극을 연출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 회장이 입의 재갈이 풀리자 연일 일본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곤 전 회장은 9일(이하 현지시간) 레바논 현지TV방송 LBCI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사법체계는 완전히 후진적이다"라면서 모리 마사코(森雅子) 일본 법무상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8일 2시간30분에 걸친 첫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일본의 사법제도를 비판한것이다.
◆재갈 풀린 곤 전 회장, 연일 일본 때리기
곤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나는 레바논 사법부에 전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일본 사법부보다 훨씬 더 편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비난한 모리 법무상에 대해서 “터무니없다”며 “현재 나의 관심은 내 이름과 명성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다. 왜냐면 나에 대한 모든 혐의는 꾸며낸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모리 법무상은 곤 전 회장의 8일 기자 회견 직후인 9일 0시30분과 오전 9시15분, 2차례에 걸쳐 기자 회견을 열고 곤 전 회장의 일본 사법제도 비판을 강력히 반박했었다.

◆日 법무상 회견 영어·프랑스어로 배포
모리 법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일본)의 사법제도와 운영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퍼뜨리는 것은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곤 전 회장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려면 정정당당하게 우리(일본) 사법제도 아래에서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곤 전 회장은 증거를 제출해 구체적인 입증 활동을 해야 한다”며 “그것이 일류 경제인이자 좋은 시민이고, 국제적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은 모리 법무상의 두 차례 회견 발언을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로 미디어에 배포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 정부는 국제적 유명인사인 곤 전 회장이 일본의 사법제도를 후진적이고 비인권적이라고 비판함으로써 서방에서 일본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사태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곤 전 회장은 앞서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2시간30분 동안 가진 기자 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사내 쿠데타를 일으킨 닛산의 일본인 경영진과 검찰 공모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해선 “하루에 8시간이나 조사를 받았는데, 변호사도 동석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인권의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레바논 검찰, 보호성 출국금지 조치
레바논 검찰은 9일 곤 전 회장이 일본에서 받은 혐의와 관련해 약 2시간 동안 심문한 뒤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출국금지 조치가 움직임을 제한하지만 곤 전 회장을 어느 정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지지(時事)통신도 레바논 측이 곤 전 회장의 일본으로의 신병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출국금지는 레바논 검찰 측이 자료를 받을 때까지 계속된다. 레바논 사법부 소식통은 AFP에 “레바논에서 사법 조치가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곤 전 회장은 자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바논 검찰은 2008년 곤 전 회장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전쟁을 치른 적대관계여서 레바논 일부에서는 곤 전 회장과 이스라엘의 커넥션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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