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동차산업이 미래형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엔진 중심에서 친환경, IT융합, 안전기술 강화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연료 전지차 등 전기동력으로 동력원이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환경과 연비, 안전규제 강화정책을 펼치며 전기차 판매를 의무화하고 있어 우리 정부도 2023년까지 전기차 43만대 보급을 목표로 충전시설 등 인프라 확충과 인센티브 제공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요건이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악재를 맞은 전북도와 군산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카드로 전기차 클러스터를 꺼내들었다.
◆M공장 폐쇄 위기탈출 카드 ‘전기차 클러스터’
올해 GM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을 비롯한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으로 새로운 승부수를 띄운다. 군산에는 자동차부품과 협력업체가 집적돼 있으며 전기차 연구개발(R&D)에 최적화된 관련 기관도 다수 입주하고 있어 전기차 연구·생산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군산과 맞닿은 새만금 사업지구에는 공항, 항만, 철도 등 교통물류 트라이포트를 구축하고 있다. 전북도는 이를 토대로 국내 최대 전기자동차 생산거점을 조성하는 전기차 클러스터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했고, 이듬해는 GM이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두 기업은 군산 지역내총생산(GRDP)의 23.4%를 차지하는 핵심기업이었다. 특히 GM 군산공장 폐쇄는 근로자 2000여명을 일순간에 대량 실직자로 전락시켰고, 협력업체와 연관 서비스업 휴폐업 등을 야기해 군산시민의 4분의 1가량이 극심한 생계 위기에 봉착하는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군산은 2018년 4월 고용·산업 위기 지역으로 지정됐고, 지난해 6월 명신그룹 컨소시엄이 GM 군산공장을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24일 명신 군산공장에서 전북도와 군산시, 양대 노총 군산시지부, 5개 전기차 완성차기업과 부품기업의 노사 대표가 참여해 전북 군산형 상생 일자리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서 ㈜명신을 비롯해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엠피에스코리아와 ㈜코스텍 등 부품업체는 옛 GM 군산공장과 새만금 산업단지 제1공구에 2022년까지 총 4122억원을 투자해 17만여대 규모의 전기 승용·버스·트럭·카트 등을 생산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전기차 투자가 마무리되면 연간 25만대 규모의 전기자동차가 양산돼 예전 GM 군산공장 자동차 생산량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산업 철수로 주저앉을 위기에 처한 군산이 명실상부한 국내 전기차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미래 자동차산업의 싹을 키워가고 있다.

◆‘기업·인력·R&D’ 車산업 인프라 ‘탄탄’ 새판짜기
전북이 전기자동차 클러스터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역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실적으로 새판을 짜는 것보다 기업과 인력·연구개발(R&D) 등 기존의 풍부한 산업토대를 미래차 산업 분야로 재편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전북지역 제조업체 중 자동차 분야 사업체는 2017년 기준 12.4%로 전국 6.6%를 크게 웃돌며 종사자 수 역시 22.7%로 전국 12%와 큰 격차를 보인다. 완주, 군산, 익산, 김제 등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타타대우상용차 등 완성차업체 2곳과 자동차 부품업체 386곳을 비롯해 전후방 연관업체가 집적화돼 산업환경도 안정적이다. 전북은 2.5t 이상 중대형 상용차의 전국 생산량 94%를 차지하는 상용차 특화지역이고, 상용차 연구개발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확정받은 바 있다.
자동차 실증 분야와 시험 인프라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실증·시험장비 130종 151대, 전북금형비즈니스프라자, 새만금주행시험장 등을 최근 속속 갖춰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 자율군집 주행의 미래형 자동차 실증시험 평가가 가능하다. 여기에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전자부품연구원 전북본부, 건설기계부품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본부, 전북대와 군산대 기술혁신센터 등 다수 생산 기반시설과 연구개발 인력공급 기관을 보유한 것도 전기차 산업 활성화에 큰 몫을 할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GM 군산공장 폐쇄 뒤 관계부처 합동으로 군산지역에 대한 자동차 육성사업을 포함한 친환경·신산업 분야 대체산업 육성을 추진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항·항만·철도를 아우르는 물류 트라이포트의 순조로운 진행도 전기차 산업 발전과 클러스터 육성에 힘을 보태게 됐다. 최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모든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공항 건설을 본격화한다. 새만금 신항만은 민자에서 재정사업으로 바꿔 사업 속도를 높이고, 새만금항 인입 철도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확정됐다.

◆전기완성차 양산지원 및 핵심 부품·배터리 집적화 주력
전북의 전기차 클러스터 육성의 핵심방향은 초기 생산방식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반제품 조립(KD)을 넘어서 자체 모델 개발 또는 제조업자 개발생산(ODM)으로 전환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전북도는 전기차의 공통 핵심부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조기 양산을 유도하고 중점 육성이 필요한 20여개 전략 부품을 선정해 기업 기술개발을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전기차 핵심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팩 공장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기업 간 협업체계 구축으로 ‘전북 전기자동차 얼라이언스’ 구성과 새만금 주행시험장 등 주요 연구기관에 구축된 장비와 인력을 통해 기업 안착 유도할 계획이다.
전북은 기술개발과 관련해 상용차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 생태계 구축, 가변 플랫폼 기반 중소형 전기버스·트럭 운영시스템 개발, 친환경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실증센터 구축, 새만금지역 상용차 자율군집 주행 테스트베드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또 광역협력권 사업을 통해 타 시도와 함께 전기·자율차 산업 육성 지원에 나선다. 전기동력자동차 전기·전장 산업생태계 구축, 친환경 미래형 상용차 전문인력 양성 등 다각적인 세부사업도 마련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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