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손짓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인은 자기 쪽으로 주먹을 쥐고 검지만 펴서 위로 향하게 하고 까닥까닥 움직이며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한다.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손짓은 무례한 행동이다. 국어사전은 ‘손가락질하다’의 의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다’와 함께 ‘얕보거나 흉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국인은 ‘이리 오라’거나 ‘저리 가라’라는 의미의 손짓을 할 때 손가락이 아니라 손바닥을 사용한다. 한국인은 ‘이리 오라’ 또는 ‘저리 가라’는 의미로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펴고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여러 차례 아래위로 움직인다. ‘이리 오라’는 의미의 손짓은 자기 쪽으로 당기고, ‘저리 가라’는 멀리 내치는 형태를 취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 즉, 멀리서 손짓하는 사람의 입 모양을 보지 못하고 행동만 보면 가라는 것인지 오라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한국인의 이러한 손짓을 미국인은 ‘저리 가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미국인은 ‘이리 오라’는 의미의 손짓으로,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자기 쪽으로 여러 차례 움직여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인은 이러한 동작을 강아지에게 하지 사람에게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 손짓의 의미를 한국·중국·일본 사회가 공유하고, 미국·영국·프랑스·독일 사회 역시 다른 의미로 공유한다. 그런데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사람은 ‘이리 오라’는 의미의 손짓을 한국인과 같은 방식으로 하고, ‘저리 가라’는 의미의 손짓은 한국인이 강아지를 부를 때 하는 동작으로 한다. 즉, 이 사회에서 ‘이리 오라’ 또는 ‘저리 가라’는 손짓은 미국사회와 정반대 의미가 있다.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손짓, 몸짓 등 ‘비언어 행동’의 차이를 인식하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자기 문화를 기준으로 외국인의 행동을 해석할 경우 오해를 초래하고, 때로는 그로 인한 갈등 상황에 봉착하거나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주한미군 부대에 파견돼 근무했던 한 한국인 병사가 ‘저리 가라’는 의미의 미군 장교의 손짓을 ‘이리 오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그에게 다가갔다가, 지뢰가 터져 다친 사례가 전해지기도 한다. ‘비언어 행동’은 언어만큼이나 소통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비언어 행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다른 나라에 이주하려는 사람은 그 사회에 고유한 ‘비언어 행동’과 문화적 배경을 학습해야 한다. 그것은 외국어 학습과 문화 학습이 분리될 수 없음을 가리킨다.
이는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재한 외국인 대상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비언어 행동’을 포함한 문화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외국인이 일방적으로 한국문화를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보다 그의 출신국과 한국의 문화를 비교하면서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방식이 좋다. 손짓과 몸짓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나라별로 비교하며 해석하는 가운데 외국인과 한국인은 ‘차이의 이면’에 존재하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은 한국사회에서 금기로 삼는 손짓이나 몸짓을 발견하면 자연스레 삼가게 될 것이고, 한국인 역시 외국인이 독특한 행동을 하더라도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광범위한 문화접변의 시대에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오해를 불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