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조사했던 피의자와 돈거래를 한 검찰 공무원 A씨가 강등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A씨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 공무원과 피의자의 돈 거래가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강등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1996년 검찰 공무원으로 임용된 A씨는 2013년 12월 서울서부지검 형사부 소속 검사실에서 근무하던 중 피의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자신이 사기 혐의로 조사했던 B씨가 운영하는 사업에 6500만원을 투자하고 3년 뒤 1억6800만원을 받았다.
B씨는 A씨가 조사한 사건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고, A씨가 투자할 당시에는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A씨는 B씨에게 받은 돈 때문에 뇌물 혐의로 기소돼 2015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대법원은 2017년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4년 청렴의무·성실의무·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해임된 A씨는 무죄가 확정되자 해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은 인정되지만, 청렴의무와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해임을 취소했다. A씨는 지난해 복직했다.
대검찰청은 같은 해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새로 열었고,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강등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징계시효가 지났고, 징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측면이 있다며 부당하다고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한 강등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의 양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종전 징계처분이 판결로 취소된 경우 다시 징계의결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 “원고가 B씨와 교류한 행위가 제3자에게 드러남으로써 B씨 사업 운영에 무형의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 원고가 B씨에게 투자하는 기간에도 B씨가 사기 범행을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았다”며 “원고의 행위가 B씨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측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공무원인 원고가 피의자인 B씨와 돈을 거래한 행위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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