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 나형 역대급 ‘불수능’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을 보면 국어영역은 140점,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은 134점, 인문사회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나형은 149점이었다. 특히 수학 나형 표준점수 최고점은 2009학년도 수능(158점) 이후로 치러진 11번의 수능 중 가장 높았다. 2010∼2019학년도에는 수학 나형 표준점수 최고점이 130점대 초반∼140점대 중반 수준이었다. 수학 나형 1등급 내의 최대 점수차도 14점으로 격차가 매우 컸다. 최고점은 149점인데 1등급 커트라인은 135점이다. 수학 나형 만점자 비율은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래 4번째로 낮아, 까다로웠던 난도를 입증했다. ‘이공계 수학’인 수학 가형의 경우 만점에 해당하는 표준점수는 1점 상승했으나 만점에서 3등급까지의 점수차는 2019학년도와 2020학년도 모두 16점으로 같았다. 다만 등급별 점수차는 달랐다. 1등급 내의 점수차는 7점에서 6점으로 준 반면 2등급 내의 점수차는 3점에서 6점으로 상승했다.
◆만만치 않은 국어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가 높게 나와 모든 정시 지원 과정에서 국어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 당시엔 원점수 만점과 1등급 사이의 점수차가 무려 18점이나 나면서 국어 동점자가 감소해 정시 지원에서 높은 변별력을 가졌다. 반면 2020학년도에는 만점과 1등급 사이의 점수차가 9점으로 줄었다. 국어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국어가 전년에 비해 쉬웠지만 표준점수 최고점은 140점으로 2005학년도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래로 역대 두 번째로 어렵게 출제됐다. 현 수능체제 도입 이후 표준점수 최고점은 전년도가 150점으로 압도적이고 2009학년도(140점)와 2011학년도(140점)가 뒤를 잇고 있다. 표준점수 최고점으로는 현 수능체제 도입 이래 역대 2번째로 어렵게 출제된 셈이다.

◆영어·한국사 작년보다 쉽고, 사회탐구 변별력 높아져
절대평가여서 등급만 나오는 영어영역은 1등급 학생 비율이 7.43%(3만5796명)였다. 2019학년도 수능(5.30%)보다 소폭 늘었다. 그렇지만 영어절대평가제 첫해연도(10.03%)보다는 줄었다. 역시 절대평가인 한국사 영역은 1등급 비율이 20.32%(9만8490명)였다. 한국사 영역도 2018학년도 수능(12.84%)과 2019학년도 수능(36.52%)의 중간 수준이었던 셈이다. 사회탐구 변별력은 전년도보다 높아졌다. 경제과목이 가장 어렵게 출제(표준점수 최고점 72점)됐고 윤리와 사상이 가장 쉽게 출제(표준점수 최고점 62점)됐다는 평가다. 과학탐구 최고점의 경우 지구과학I이 74점으로 가장 높았고, 물리I과 지구과학II가 66점으로 가장 낮았다. 올해도 제2외국어/한문영역에서 ‘아랍어 로또’ 현상이 있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제2외국어/한문 과목 중 아랍어I의 정답과 채점 결과를 보니 모든 문항의 정답을 1번을 선택하면 원점수 13점(표준점수 50점)을 얻어 4등급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학생은 줄고, ‘N수생’은 증가
올해 수능 응시자는 48만4737명이었다. 전년도 53만220명보다 4만5483명이 줄었다. 수능 이후 첫 50만명대 아래로 떨어졌다. 접수인원과 동일하게 응시인원에서도 졸업생은 13만6972명으로 전년도보다 증가했지만 재학생이 5만2145명 감소했다. 재수생은 28.3%로 2007학년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점수 차는 전 영역에서 졸업생의 성적이 높았다. 졸업생은 국어 109.6점, 수학 가형 106.6점, 수학 나형 107.6점을 확보한 반면 재학생은 각각 97.1점, 97.2점, 98.3점에 그쳤다. 학교 유형별로는 공립보다 사립, 학교소재지별로는 지역보다 대도시 수험생 성적이 더 높게 나타났다.
◆“수능 성적 사전 조회 수험생에 불이익 안 줄 것”
수능 성적 사전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사전 조회한 312명의 수험생에게는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조사 후 자문이나 법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특이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교육부는 수능 4교시에 3개 과목을 함께 치르다 보니 마킹 실수를 했다가 0점 처리를 받는 학생이 있다는 논란과 관련해 “답안지 분리보다는 단순 실수를 처벌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이천종 기자, 이동수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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