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브이로그’를 기록하려던 한 남성의 사연이 공개돼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장례식에서 장례식 절차 촬영하다 지금 쫓겨났는데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난 저녁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장례식 현장을 보니 이 날의 분위기라든지 모두가 침통해하는 모습 등을 담고 싶어 브이로그 형식으로 촬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글쓴이의 촬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 글에 의하면 글쓴이가 카메라로 촬영하며 내레이션을 녹음하던 중 큰아버지가 다가와 “너 뭐하느냐”며 화를 내고는 카메라를 빼앗아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동영상을 올릴 생각은 없고 오늘 장례식을 담아보려 했다”고 해명했으나 큰아버지는 들으려 하지 않았고, 온갖 욕설과 함께 “미친 놈”이라고 외쳤다고 주장했다.
또 큰아버지가 글쓴이의 부친에게 카메라값은 물어주지 않겠다고 했다며 조언을 구했다.
이 글은 “80만원짜리 미러리스 카메라로 고가 장비인데 물어주지도 않겠다니…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이 글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져나갔고,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글쓴이가 잘못했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집안의 큰어른이 돌아가신 상황에 장례식장에서 손자가 할 행동은 아니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튜버로 대표되는 개인 동영상 콘텐츠 창작시대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뤄지는 무분별한 촬영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브이로그(VLOG)가 유행함에 따라 개인 촬영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브이로그는 특정한 주제나 연출 없이 일상을 그대로 촬영해 만드는 콘텐츠로, 휴대전화와 같은 간단한 장비로도 언제 어디서나 제작·연출할 수 있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촬영, 식당이나 공연장 등 공공장소의 질서를 깨는 행동, 원치 않게 찍힌 이들의 불쾌감과 초상권 등 여러 사회적 갈등과 문제점들도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탈권위 및 사회질서의 수평화 바람을 타고 엄격함을 ‘꼰대 문화’로만 치부하는 젊은층의 관념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공식 의전이나 장례식과 같이 진지함이 엄수되는 분위기를 젊은 세대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윗세대와 갈등을 겪는다는 것이다.
개인 특화 SNS인 인스타그램의 부상과 함께 이른바 ‘장례스타그램’이라 하여 장례식장 방문을 사진 기록으로 올리는 것이 이미 4∼5년여 전에도 문제시된 바 있다.
‘개인 콘텐츠 시대’는 더욱 가속화할 것인 만큼, 사회 전체가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이를 자율적으로 규제할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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