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치 독일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생가가 경찰서로 바뀐다. 히틀러 생가가 신나치주의 등 극우세력의 성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스트리아 정부가 내린 특단의 조처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볼프강 페쇼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북부 브라우나우암인에 있는 히틀러 생가가 경찰서로 개조된다고 밝혔다. 페쇼른 장관은 “그 주택을 경찰이 쓰기로 한 것은 이 건물이 절대로 나치주의를 기념하는 장소가 될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무부는 한때 생가 철거를 추진했으나 정치권과 역사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경찰서 개조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는 이달 중 전 유럽연합(EU) 건축가를 대상으로 설계를 공모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에 가장 우수한 디자인을 결정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전 소유주와 수년간 법적 분쟁을 벌여야 했다. 독일과 국경을 마주한 브라우나우암인에 있는 이 노란색 길 모퉁이 집은 당초 게를린데 포머 일가가 100년 가까이 소유해왔다.

나치 추종자들의 성지화를 우려한 정부는 800㎡ 규모의 생가를 포머로부터 빌려 장애인들을 위한 센터로 사용했다. 정부가 포머에게 지불한 금액만 매달 4800유로(약 620만원)에 이른다. 이러한 합의는 2011년 포머가 필수적 개보수 작업을 거부하고 생가 매각도 거부하면서 종료됐다. 이후 해당 건물은 계속 비어 있었다.
결국 정부는 2016년 건물을 강제 매입하는 내용의 법까지 만들어 생가 소유권을 확보했다. 포머에게는 보상금으로 최초 31만유로(약 4억원)를 제시했으나 포머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 8월 보상금 액수를 81만유로로 확정했다.
1889년 태어난 히틀러는 생가에서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전 세계 나치 추종자는 계속해서 생가로 몰려들고 있다. 이에 대항해 히틀러의 생일인 매해 4월20일에는 생가 밖에서 파시즘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한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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