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이 만든 애니메이션 영상에 문재인 대통령을 안데르센의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희화화한 모습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당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회를 갖고, ‘양치기 소년 조국’과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제목의 애니메이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들은 같은 날 한국당 공식 유튜브 계정 ‘오른소리’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중 ‘오른소리가족 2편 - 벌거벗은 임금님’ 편에는 문 대통령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나온다.
내용은 안데르센이 쓴 동명의 덴마크 동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것으로 추정되는 캐릭터 ‘임금님’이 간신들이 가져온 눈에 보이지 않는 ‘안보 재킷’, ‘경제 바지’, ‘인사 넥타이’를 매고 벌거벗은 상태로 즉위식에 간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특히 벌거벗은 임금님은 경찰차 앞에서 수갑을 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등장하자,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를 차니 더 멋있구나”라고 감탄한다.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묘사한 것 외에도 막말에 가까운 대사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애니메니션에는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버렸군”,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임금으로 둘 수 없지”,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이란다” 등 대사들이 등장한다.

한편, ‘오른소리가족’은 한국당이 발표한 당의 공식 캐릭터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등 3대 가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당은 당 입장이나 정책 등을 딱딱하지 않고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 같은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굿즈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이를 전방위로 활용하겠다는 게 당의 입장이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높이려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일인가”라고 일갈했다.

고 대변인은 우선 “청와대의 입장을 논의하거나 비서진이 의견을 모으지는 않았다”고 사견임을 밝힌 뒤, “(이 영상이)지금의 대한민국에,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에 어울리는 정치의 행태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한국당을 향해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성찰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 역시 “문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런 천인공노할 내용을 소재로 만화 동영상을 만들어 과연 누구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며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이라면 아동에 대한 인격 침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 교재라면 국민 모독”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지지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대통령을 추하게 풍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비판을 하더라도 품격을 지켜야 한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황교안 대표는 이날 강원 원주에서 열린 지역기업인들과의 간담회 후 “동화 잘못 읽었다고 처벌하면 되겠나?”라며 “정부가 듣기 좋은 소리만 듣지 말고 쓴소리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이창수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해당 동영상은 욕설이나 모욕이 아닌,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동화를 소재로 한 것일 뿐”이라며 “여당과 청와대가 나서서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국당 유튜브 ‘오른소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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