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천로에 위치한 ㈜삼원이앤비 마당 한쪽에는 노란색으로 칠해진 집진기가 트럭 위에 실려 있었다. GS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 2공구 구간 등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마치고 돌아온 집진기였다.
‘세정식 와류형 집진기’라고 불리는 이 기계는 발파 작업 등이 많은 터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미세먼지 등을 정화시켜 근로자의 호흡기를 보호하는 설비다. 터널 공사 현장에서 집진기가 필요한 이유는 발파 후 화약에서 발생하는 유해 가스와 디젤을 연료로 하는 기계 장치의 배기가스, 분진 등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굴착기인 TBM(tunnel boring machine) 굴진으로 터널을 뚫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발파 방식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분진 발생량이 많다.
GS건설과 삼원이앤비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과 함께 개발한 이 집진기는 현재 테스트용으로 처리 풍량이 500CMM(cubic meter per minute)급이다. CMM은 1분당 공기를 흡입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단위다. 실제 상용화되어 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집진기는 최소 1000CMM 급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 집진기가 상용화되면 국내 터널 공사 현장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일본 R사 제품을 대체하게 된다. 일본 광산의 먼지 제거용으로 처음 만들어진 R사의 집진기는 성능과 내구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제품은 하루 사용료가 1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이 때문에 R사 제품을 국산화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일본 제품에 비해 효율이 떨어졌다. 사용 2주 만에 공기 정화 필터가 먼지에 막혀 작동이 멈추거나 갱내 바람이 제대로 집진기로 유입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삼원이앤비 등은 ‘세정식’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물로 먼지를 잡는 방식이다. 필터 유지 관리자나 비용이 전혀 필요치 않다. 집진기 한쪽 흡입구로 들어온 먼지는 집진기 안에서 물과 섞여 아래에 쌓인다. 일정량이 쌓이면 흙 형태로 뭉개진 먼지를 배출하면 그만이다. 세정수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된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팬은 터널 전기 사용량을 고려해 고성능 인버터 제품을 적용했기에 기계를 돌리기 위한 전기료도 대폭 절감했다. 하루 임대료는 일본 제품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제품은 지난 5월까지 서울과 지방의 주요 터널 공사 현장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마치고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집진기는 연구개발부터 실용화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하고 이익을 나누는 바람직한 상생 모델로도 평가받는다. 삼원이앤비와 GS건설, KICT는 각각 40%, 30%, 30%의 지분으로 공통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양상호 삼원이앤비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소장은 “삼원과 GS건설은 집진기의 성능 설계와 제작, 현장 적용 과정 전부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며 “특히 새 기계를 만들어도 중소기업 입장에선 현장 실증 테스트를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GS건설이 전국의 다양한 조건에서 시공 중인 터널 현장에서 집진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는 한국도로공사가 시공하는 안성∼용인고속도로 사업에 이 집진기를 설치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동시에 집진기를 ‘도공기술마켓’에 등록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도공기술마켓에 등록된 신기술은 한국도로공사의 도로나 터널의 설계·시공·유지관리 시 우선 적용·검토되기 때문에 실용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GS건설 등은 집진기를 활용한 자체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발주기관마다 별도의 지침으로 설계기준이 적용되는 터널 공사의 환기·오염물질 배출 기준 등을 규격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박준 GS건설 기술기반연구팀 선임연구원은 “삼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집진기는 일본 제품에 비해 공기 정화 능력이 월등히 좋은데도 비용은 대폭 줄일 수 있다”며 “가능하면 많은 공사 현장에 사용돼 기술력을 더 높여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원이앤비는 송풍기 설계 및 제조와 관련한 국내 최고의 업체다. 국내 최초로 송풍기 KS 인증을 획득했고, 화력·원자력발전소 등에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용 송풍기를 공급해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1100여대에 이르는 터널 환기용 제트팬은 국내 최다 납품 실적도 보유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멕시코, 이란, 사우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도 수출한다.
시흥=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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