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5G(5세대 이동통신) 신호가 끊기는 거죠? 이 정도면 기지국이 바뀌는 게 이유가 아닐 듯한데, 확인해보셔야겠습니다.”
KT 네트워크부문장인 오성목 사장이 질문을 던졌다. 지난 19일 5G 네트워크 품질을 측정하기 위해 경북 경주의 신경주역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해 부산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오 사장은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10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지역별 5G 네트워크 구축 상황을 살피기 위해 임직원과 함께 5G 품질 측정 차량 ‘케이포스원(K-Force One)’을 이끌고 직접 점검에 나섰다.
KT는 전국 85개 시를 중심으로 5G 기지국을 우선 구축한 데 이어 휴가철을 앞두고 고속도로 주변 및 휴양지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충해왔다. 이날은 서울(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부터 부산(KT 송정국사)까지 고속도로와 휴게소 등을 중심으로 점검이 진행됐다.
◆자체 개발 ‘케이포스원’으로 5G 품질 측정 개선
KT는 5G 상용화 이후 통신 품질을 종합적으로 보다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케이포스원을 자체 개발했다. 오 사장은 “5G 커버리지(전파 도달 범위) 맵을 공개하고 고도화하며 네트워크 구축 현황을 고객에게 알려왔지만 커버리지 내에서도 여러 여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통신 품질을 제대로 측정하기는 힘들었다”며 “다양한 측면에서 5G 품질을 측정할 수 있도록 특화 기술을 적용해 전국 단위의 품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전인 3G, 4G(LTE) 시절부터 전국적으로 1000여대의 품질 점검 차량을 운행해왔다. 기존 차량 장비에서는 다운로드 속도와 신호 동작 등의 일부 정보만 확인이 가능했다.

5G 네트워크 구축 초기에는 기지국이 촘촘히 깔리지 않은 탓에 품질 불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고, 고객들이 직접 품질을 측정하기 위해 벤치비 등 별도의 앱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앱으로는 5G 품질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없었다.
벤치비의 경우 특정 한 지점에서 순간의 다운로드와 업로드 속도, 지연(레이턴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5G 서비스가 이뤄지는 3.5㎓ 전파 대역은 LTE 등 이전 신호보다 고주파 대역이어서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건물 등 장애물에 의해 쉽게 방해를 받는다. 측정 위치나 시간이 약간만 달라지더라도 신호 강도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넓은 지역에서 보다 긴 시간에 걸쳐 종합적으로 품질을 측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KT가 5G 상용화 이후 두 달여에 걸쳐 자체 개발한 케이포스원은 도로를 주행하면서 장시간 무선 네트워크 품질을 측정·분석하기 때문에 실제 이용자 환경에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차량 내 대시보드를 통해 △5G 신호 동작 △5G 신호 강도 △간섭도 △5초 단위 평균 속도(다운로드) △1초 단위(핀 포인트) 속도가 수치와 그래프로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이날 고속도로 대부분 구간에서 5G 신호가 잘 잡혔지만 기지국이 바뀌는 지점에서는 신호 동작 그래프가 잠시 5G와 LTE를 오가는 형태를 보이기도 했다. 오 사장이 5G 신호끊김을 감지한 지점에서는 기지국이 바뀌는 곳이 아니었음에도 그래프상으로 상당 시간 5G가 아닌 LTE 신호가 출력됐다.
대시보드 왼쪽에 자리한 ‘5G 기지국 사이트맵’에서는 고속도로를 따라 5G 신호의 강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색깔로 보여줬다. 주요 도심에서는 5G 기지국이 100 내외 간격으로 설치되지만, 고속도로 주변에서는 1㎞ 내외의 간격으로 들어선다. 이 때문에 1㎞에 가까운 간격으로 기지국에서 가까울수록 신호가 원활하다는 뜻으로 빨간색이 표시됐고, 원활하지 못한 곳에서는 녹색이나 파란색, 신호가 거의 잡히지 않는 곳에서는 검은색이 떴다. 여기에 ‘스펙트럼 애널라이저’를 별도로 설치해 5G 신호를 스캔해 파형을 시각화해서 신호 세기에 대한 정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장비를 통해 신호가 정상적으로 잡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실제 단말 등에서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까지 걸러내기 위해 별도 디스플레이에서 동영상을 재생해 끊김 등의 이상이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케이포스원을 통해 더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측정·분석할 수 있도록 고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향후 레이턴시나 배터리 소모량 등을 측정하는 장비들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부고속도로 활천IC부터 통도사 휴게소에 이르는 약 28㎞ 구간에서 이들 장비로 삼성전자 갤럭시 S10 5G 단말로 5G 품질을 측정한 결과 5G 신호율은 97%, 평균 속도(다운로드)는 300Mbps라는 결과가 나왔다. 해당 구간 외 구간에서도 90%를 여유 있게 웃도는 5G 신호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심과 다소 떨어진 고속도로상에서도 이 정도까지 5G 품질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아직은 통신사들이 각자 5G 품질을 측정하고 있지만, 내년 초에는 측정 지점이나 방식 등에 대한 업계 의견 조율을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일된 기준에 따라 측정될 전망이다.
◆하반기 인빌딩, 28㎓ 대역 등 업그레이드
KT는 5G 상용화 이후 기지국 구축 현황을 담은 커버리지 맵에 이어, 더욱 세부적인 기지국과 장비 정보를 담은 커버리지 맵 2.0을 공개했다. 또 지난달에는 전국 주요 대형 건물의 5G 실내(인빌딩) 통신장비 구축 정보를 더한 커버리지 맵 3.0을 선보였다.
KT는 올해 인구수의 80% 정도 수준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5G 네트워크를 확충한 뒤 상용화 2년 시점에 LTE 수준까지 맞춘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인빌딩 장비가 확충되고, 5G의 3.5㎓ 전파 대역에 이어 28㎓ 대역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5G 네트워크가 LTE 수준으로 확충이 되더라도 케이포스원의 운행은 계속된다. KT 네트워크연구기술지원단의 구재형 상무보는 “5G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깔린 뒤에도 건물이 새로 들어서는 등 지형이 바뀌거나 인구 형태 변화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5G 네트워크 상황이 변할 수 있다”며 “네트워크 및 고객 요구의 변화 상황에 계속 부응하기 위해 네트워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G 상용화 초기에는 일반 고객 중심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위주로 네트워크가 확충됐지만 향후 수익적인 측면이나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B2B(기업 간 거래) 영역의 5G 네트워크 확충도 중요하다. 일례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해 스마트로봇, 스마트공장,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신기술을 구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산업단지 내에 57개의 기지국이 설치됐다. B2C 영역에 비해 훨씬 촘촘하게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고도화된 기술이 투입되는 셈이다.
5G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은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기술표준 등 여러 측면의 주도권을 쥐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의 기술 확충은 삼성전자 등 장비 제조회사들과 맞물려 진행돼 파급효과가 더욱 커지게 된다.
B2C든 B2B든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안 및 재난 대비에 대한 부분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오 사장은 “아현국사 화재 이후 5G뿐 아니라 모든 통신구와 선로를 통틀어 기본부터 제대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안정된 기반 위에 5G 서비스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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