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8월 혹서기는 가장 힘든 고비다. 수년간 풀타임을 뛰며 숱한 여름을 지낸 베테랑들도 힘든 시기지만 처음 프로무대에 나선 신인들에게는 여름 나기 노하우가 부족해 더더욱 힘겨운 때다. 그래서일까. 일생에 딱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달려가던 정우영(20·LG)과 원태인(19·삼성)이 주춤하다. 올 시즌 신인상 구도가 두 고졸 투수로 압축되면서 후반기에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으나 정우영은 부상에, 원태인은 부진에 발목을 잡혔다.
정우영은 불펜 승리조의 필수적인 자원으로 자리를 잡아 42경기에서 5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12에 4승(4패) 10홀드 1세이브를 올려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특급 셋업맨으로서 새롭게 마무리 중책을 맡은 고우석(21)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하지만 더위가 극심해지며 정우영은 오른쪽 어깨에 피로 누적에 따른 근육 염증이 생겨 지난달 2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정우영은 6일부터 다시 공을 잡기 시작해 8월 안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백이 길어진다면 신인왕 경쟁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초반에는 정우영만큼 주목받지 못한 원태인은 삼성의 선발진으로 자리를 꿰차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원태인은 지난 5월4일 선발로 출전해 첫 승을 거둔 이래 4승을 챙겼다. 외국인 투수의 부진 등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고민이 많았던 삼성에는 깜짝 선물이었다. 그러나 원태인은 7월 들어 기복 있는 피칭에 실점도 점점 많아져 현재 5패를 기록 중이다. 가장 최근 등판한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는 2.1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3탈삼진 7실점을 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2점대이던 평균자책점은 3.62로 솟았다. 김한수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라며 “태인이는 잘해주고 있고 (최근 부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격려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힘겨운 8월을 누가 잘 이겨내느냐가 신인상 경쟁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팀 순위나 개인기록을 두고 경쟁은 거세질수록 체력 소모도 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인상 수상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는 것도 더위와의 싸움 못지않게 중요해 보인다. 결국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까지 컨디션 관리를 통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자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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