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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영토·국민’ 있지만 지도에 없는 나라 조명

입력 : 2019-07-27 01:00:00 수정 : 2019-07-26 20: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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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 ‘고급회원제 클럽’ 비유 / 국가 형태 냉전이후 모습 그대로 / 현 정체상황은 美 패권시대 산물 / 세계 지배 정치지도 유지에 의문
보이지 않는 국가들 - 누가 세계의 지도와 국경을 결정하는가

보이지 않는 국가들 - 누가 세계의 지도와 국경을 결정하는가/조슈아 키팅 / 오수원 / 예문아카이브, 1만6000원

 

지난해 6월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외곽의 엔필드 퀸엘리자베스 스타디움에서는 코니파(독립축구연맹) 월드 풋볼컵 결승전이 열렸다. 북키프로스와 카르파탈랴의 대결이었다. 관중 수천만명의 시선은 선수들의 발끝에 꽂혔고, 관중들은 국기를 흔들어대며 응원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국가대항전과 다를바가 없지만 이들은 정식 국가가 아니다. 경기장을 수놓은 국기들도 마찬가지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는 걸려있지 않다. 북키프로스는 1983년 키프로스공화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카르파탈랴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헝가리어를 사용하는 소수민족이다.

코니파 회원국 49개국은 국가 자격 기준의 문턱을 넘지 못해 세계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국가들’이다.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정부’ ‘영토’ ‘국민’이라는 국가의 세 가지 구성 요소를 갖췄는데도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과 맞닿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높은 장벽이 세워져있다. ‘보이지 않는 국가들’의 저자 조슈아 키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 국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규범뿐 아니라 국경 간 이동이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규범까지 뒤집겠다고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예문아카이브 제공

반면 자국 영토 대부분을 온전히 점령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나 지난 25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중앙정부가 전무한 소말리아는 주권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내전으로 인구 상당수가 조국을 떠난 시리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제 외교·정책 분석 전문가이자 온라인 매거진 ‘슬레이트’의 편집인인 조슈아 키팅은 ‘보이지 않는 국가들’에서 세계지도를 ‘고급 회원제 클럽’으로 비유한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 섬 건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등 국가 건립과 국경 조정이라는 문제가 시급한 의제가 됐지만, 세계지도의 국가의 형태와 배열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 정체 상황은 냉전 이후 세계가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인 미국 패권시대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키팅은 책에서 인정받는 국가들의 지정학적 배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됐는지, 그 흐름 속에서 왜 일부 국가와 민족은 터전을 잡지 못하고 떠도는지, 앞으로의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탐색한다. 특히 언론인인 저자는 세계지도상에 없는 나라들을 직접 찾아가 이들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들을 생생하게 취재했다.

대표적 보이지 않는 국가인 ‘압하지야’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분리주의 소수민족 거주지로서, 국제사회가 통상적으로 조지아의 영토로 인식하는 곳이다. 이곳은 고유의 언어가 있는 독자 문화권으로, 8세기부터 11세기까지 주권이 있는 왕국으로 존재했다.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와의 전쟁 이후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를 도긻국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보다 코소보를 인정한 데 대한 맞불 전략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를 하러 다닌 곳에서 늘 들었던 불만은 다양한 민족 집단에게 엄연한 독립국 지위를 누린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강대국들이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압하지야의 사례는 한 국가가 온전한 독립을 성취하느냐 여부는 주변국들의 지정학적 경합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입증한다”고 설명한다.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는 지정학적 딜레마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키리바시는 엄연히 유엔 회원국으로 공인된 국가이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로서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저자는 “세계화와 국경 약화에 대한 여러 논의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고대인들에 비해 훨씬 더 경직된 국경 관념을 갖고 있다”며 “말 그대로 발밑의 땅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는 경직된 개념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정체 상황의 말기에는 모든 국가가 현재의 물리적 형태 그대로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키팅은 냉전 이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지도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오늘날의 세계에 속하는 기존 국가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는 조직체가 아니다”라며 “이들의 유용성과 가치는 세계 전체뿐 아니라 국경 내에 살고 있는 자국 국민에게 안전과 복지를 제공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이런 순기능을 실행하지 못할 때 우리의 과제는 단순히 국경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국경을 개선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것이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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