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한방을 찾는 근골격계 환자들은 본인 부담률이 50%가량 줄어 1만∼3만원으로 추나요법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을 비롯한 신체 일부분, 추나 테이블 등 보조기구를 이용해 환자의 어긋나거나 삐뚤어진 뼈와 관절, 뭉친 근육과 인대를 밀고 당겨서 치료하는 수기요법이다. 이 대표적인 한방 비수술 치료인 추나요법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이가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67)이다. 그는 추나요법을 건강보험 궤도에 올려놓은 데 대해 독립운동가이자 한의사였던 부친의 유지에 따라 30년 넘게 추나요법을 연구·보급해온 데 따른 의미 있는 성취이자 결실이라고 말한다. 신 이사장은 추나요법의 시범과 강연을 위해 수시로 미국과 러시아, 두바이 등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의계의 대표적인 글로벌 인사이기도 하다. 그가 올 초부터는 새로운 가욋일(?)을 시작했다. 독립운동가 후손 후원과 치료 지원에 나선 것이다.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만큼 이제부터라도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제대로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한다.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생한방병원 빌딩 15층 회의실에서 신 이사장과 인터뷰 했다.
사실 그는 한의계뿐 아니라 스포츠·연예계에서도 알려진 인사다. 야구선수 추신수와 프로골퍼 최경주 등 유명인의 부상 치료를 많이 했다. 그는 2시간 동안 한방 비수술 치료인 추나요법을 정립하고 보급하게 된 배경, 한의사이자 독립운동가로서의 집안 얘기, 한방의 세계화 등에 관해 친절하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추나요법 정립한 이로서 소회는.

“최근 종편 방송의 가요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에서 우승한 가수 송가인이 교통사고 후 우리 병원을 찾아 진료받았다. 송가인이 받은 것이 의료기구 없이 손 등 신체의 일부를 이용한 치료법, 바로 추나요법이다. 신경근육계와 근골격계의 기능상 불균형과 부정렬, 즉 비틀어진 게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진단, 추나 치료, 치료 후 평가 등에 관련된 총체적 치료요법을 말한다. 근골격계의 구조와 기능을 최적의 균형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인체의 생체역학적 기능 현상, 진단 방법, 치료 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한의학 분과다. 30여년 이 분야를 연구해온 한의사로서 추나요법이 건보 적용이 된 날 제일 먼저 선친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1957년 쉰이 넘은 나이에 한의사 시험에 합격했다. 아버지께서 쓰신 ‘청파험방요결’에 추나요법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왕진을 따라다니며 추나요법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아버지는 탈구환자를 수기요법으로 치료하곤 했다. 지금으로 치면 특수 추나에 해당한다. 애석하게도 아버지는 척추골절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셨다. 그때 저는 척추질환만큼은 내 손으로 정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30여년간 좌고우면하지 않고 추나의 연구와 보급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정부의 건강보험 궤도에 올리게 됐다. 국민들이 부담없이 한방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 첫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추나요법 정립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
―추나요법의 연구와 보급을 위한 그간의 과정을 설명한다면.

“경희대 한의대 재학 시절부터 연구에 매진했다. 당시 수기요법에 관심이 있는 동기들과 1982년 ‘자생의학회’를 조직해 활동했다. 그 후 1991년 대한추나의학회를 조직해 현재 추나학의 토대를 구축했다. 당시 미국의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과 오스테오패틱(Osteopathic·오스티어패식) 의학, 일본의 정골(整骨)요법, 중국의 투이나(推拿)요법도 연구했다. 동서 수기치료의 장점들을 연구해 한국인의 체형에 맞도록 재정립했다. 무엇보다 표준화·과학화가 큰 과제였다. 효과를 확인하고도 비과학적이라는 평가가 꼬리처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9년에는 현재의 자생척추관절연구소(JSR)의 전신인 자생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치료를 표준화해 수많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후 과학적으로 효과를 입증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후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 주최 세계전통의학총회에서 추나요법을 소개하자 해외 의료진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미시간 주립대에서 추나요법을 정골담당의사 보수교육 과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미국 오스테오패틱 의사를 대표하는 미국 오스테오패틱의학협회의 정식 보수교육으로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제가 미국 샌디에이고 국제오스테오패틱 의학 콘퍼런스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서 미국 의사 수백명 앞에서 추나요법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두바이 무함마드 빈 라시드 의과대학생들이 우리 재단이 운영하는 글로벌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간의 과학화·표준화를 통한 세계화 작업의 성과를 확인하는 사례들이다. 이제 자신감이 생긴다. 한의학은 오랜 경험과 검증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민족 유산임을 새삼 절감한다. ”
―한의사로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돕는 일에 나선 배경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독립유공자복지회에서는 독립유공자유족회 주관의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신 이사장은 사재 1억원을 들여 독립유공자 유족회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 기금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학업과 생계에 사용된다. 그가 속한 자생의료재단은 이미 독립유공자 및 후손 100명의 척추관절 건강을 보살피는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의 뜻에 따라 전국 21개 한방병원·한의원은 재단 사회공헌기금 3억원을 투입해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을 치료하고 있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독립운동에 기여한 영웅들을 위해 제 나름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김삼렬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을 뵙게 됐는데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어렵게 사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독립운동가의 지원은 장손 위주다. 차남들이나 딸들은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후손들이 많다고 들었다. 지난 2월에 제가 몸담고 있는 자생의료재단 ‘독립유공자 및 유가족 지원 선포식’을 갖고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의사로서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는 입장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의 학업과 생계에 조금이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작은 성의에 불과하지만, 이를 계기로 독립운동 정신이 사회 곳곳에 이식되고 독립운동가를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선친도 생전에 의술보다 인술이 앞서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앞으로도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을 살펴보는 일은 꾸준히 할 계획이다.”
―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이 최근에서야 공개됐다. 한방 비수술 치료에 매진하게 된 것도 독립운동가였던 부친의 유지라고 들었는데.
“저의 작은할아버지 신흘(신홍균) 선생은 독립군 대진단 단장을 지냈다. 대진단은 1920년 만주에서 조직된 항일 무력 독립운동단체다. 막내 할아버지 신동균 선생도 형과 함께 중국에서 항일 투사로 활약했다. 선친(신현표 선생)도 작은할아버지를 따라 독립운동의 산실인 동승촌(만주 목단강시 외동구)에서 군수품을 전달하는 독립운동을 펼쳤다. 조선 촌락인들이 황무지를 개간해 거주하는 그곳에서 아버지는 양식과 솜, 옷 등 군수품을 항일연합군 부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작은할아버지인 신흘 선생의 활약상은 최근 들어 각종 독립운동 자료를 통해 알려졌고, 일부 내용은 언론에 소개가 됐다. 요즘은 역사학자 등 전문가들과 독립운동사 자료 수집과 현장 답사 등을 통해 작은할아버지의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의학자 집안에서 민족의학으로서 한의학을 연구해온 일이 독립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가 연구하는 추나요법은 약 25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나 일제의 한의학 말살정책 이후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게 된 치료법이었다. 이러한 치료법을 찾아내 30여년간 우리의 치료법으로 키워온 것은 독립운동가 가문의 후손으로서, 한의학을 가업으로 잇고 있는 입장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추나요법 정립자이자 대한한방병원협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구상은.
“침, 뜸, 부항을 제외하면 한방치료법 중에서 건강보험에 진입한 사례는 추나요법이 유일하다. 추나요법 건보적용을 계기로 한의사협회와 함께 한방치료 보장성을 확대하는 데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머지않은 시기에 많은 환자들이 보다 부담 없이 한방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게 하고 싶다. 추나요법 사례처럼 한방 치료의 표준화와 과학화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종국에는 보장성 강화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양의학과 접목해 환자들에게 최적·최상의 치료를 제공하는 ‘통합의학’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 일을 위해 제게 주어진 사명이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남다른 건강관리법이 있다고 들었다.
“건강해야 환자도 돌보고 연구도 하고 봉사활동도 한다. 제 사무실이 15층에 있는데 매일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한다. 하루에 3∼4번 오르기도 한다. 수시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뒤꿈치 들고 제자리 뛰기’를 한다. 유산소성 근력운동이라 조금만 하더라도 흥건하게 땀이 난다. 여기에 다리와 복부에 긴장을 주면 단기간에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 아침 기상 후에는 눈 마사지와 치아를 건강하게 하는 고치법을 실천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30회 정도 손바닥을 비벼 마찰열을 만들고 이를 눈에 덮어 따뜻하게 하면 된다. 간단해 보이지만 오장의 정기가 올라오는 눈 주변 근육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고치법은 윗니와 아랫니를 ‘딱딱’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부딪히며 자극을 주는 것이다. 치아건강과 뇌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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