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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지도자의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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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12 23:19:37 수정 : 2019-07-12 23: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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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최고지도자의 건강 정보는 국가기밀에 속한다. 적국 지도자의 건강 이상을 알아내기 위한 첩보전은 불을 뿜는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1982년 3월 뇌졸중으로 몇 주 동안 언어 기능을 잃었다. 그해 9월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선 엉뚱한 원고를 읽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11월 숨질 때까지 그의 건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미국이 해외 방문에 나선 브레즈네프가 이용한 화장실에 스파이를 침투시켜 소변 성분을 채취해 건강 이상을 알아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26세부터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자신을 ‘살아 있는 가장 비참한 사람’으로 여겼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남북전쟁 때는 “하나님! 왜 나를 이런 자리에 놓아두셨나요”라며 자주 울부짖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신앙과 신념, 유머로 우울증을 극복했고 마침내 흑인노예 해방을 성취해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은 링컨과 정반대의 경우다. 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린 그는 암페타민을 매일 정맥에 주사해 정신병자에 가까워지면서 세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던 영국 지도자 윈스턴 처칠은 사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공산당 서기장도 2차대전 말기에 치매를 앓았다고 한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을 한 미·영·소 거두가 하나같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으니 협상을 제대로 했을지 의심스럽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건강이상설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3주 사이 세 차례나 공개 석상에서 온몸을 떠는 증상을 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서 있지도 못했다. 메르켈은 그제 독일 베를린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회담하기 전 의장대 행사 때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나이가 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며 “괜찮다. 증상이 어느 날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지우긴 어렵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그의 약해진 모습을 보는 건 낯설다. 흘러가는 세월을 누가 멈출 수 있겠는가.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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