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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일본식 이름은 손 마사요시다. 마사요시는 정의(正義)를 일본식으로 훈독한 것이다. 성의 발음은 바꿔 부르지 않는다. 일본식으로 음독해도 역시 손이다. 재일교포 3세 기업인인 그는 세계 투자계의 큰손이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내 시가총액 3위다.

집안사는 화려하지 않다. 태어난 곳은 일본 남부 사가(佐賀)현 광산촌의 조선인 판자촌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간 할아버지는 광산 노동자였다. 조선인 판자촌의 모습은 이츠키 히로유키의 소설 ‘청춘의 문’에 자세히 그려진다. 판자로 엮은 작은 집, 좁은 방, 탁한 공기…. 그곳에는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가난을 이겨내는 끈끈한 가족애를 담은 고향의 노래다. 그의 아버지는 생선 행상으로 돈을 모아 파친코 가게를 열었다.

손 회장이 1981년 자본금 1억엔에 직원 2명을 데리고 세운 소프트뱅크. 이제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졌다. 그의 성공 신화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못지않다.

그와 비견되는 인물은 롯데를 창업한 신격호 명예회장이다. 껌으로 성공한 후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보다 크다. 손 회장은 다르다. 한국에 크고 작은 투자를 했지만 대규모 투자는 하지 않았다. 세계 IT 기업에 투자한다. 수구초심의 본능이 강한 신 회장. 그에 반해 손 회장은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말처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두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일본 롯데가 세워진 것은 1948년. 소프트뱅크는 33년 뒤에 만들어졌다. 산천이 세 번 바뀌는 시간의 차이가 있다. 1980년대는 ‘우루과이 라운드’로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걷히고, 자유무역이 활짝 꽃피던 시기다. ‘좁은 한국’에서 아등바등해 무엇하겠느냐는 생각을 했을 성싶다.

그가 한국에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로 불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를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도 따로 만났다. 전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놓아 달라”고. 손 회장을 만난 젊은 대기업 총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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