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대이란 정책이나 낙태 등 정치적 이슈들이 조기쟁점화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고 실업률이 줄었다’는 경제 지표를 전면에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을 강도높게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의 예비 대선주자들은 이에 반발하는 등 여러 이슈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 글에서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라면서 “다시는 미국을 협박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던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만에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지난 2017년 8월 북한을 향해 ‘미국을 더 협박하면 이 세계가 일찍이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썼던 것과 유사한 레토릭(수사)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군 출신 대선주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털시 개버드(하와이) 하원의원은 이날 ABC방송의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향한 위험한 길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인 개버드 의원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주 방위군에 자원입대해 두 차례 중동 지역에 파견됐다. 같은 당 소속으로 해병대 장교 출신인 세스 몰턴(매사추세츠) 하원의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에 추가 병력을 배치한다면 그것은 우리를 전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앨라배마주가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까지 금지하는 법을 만들면서 이 문제도 대선 가도의 전면에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트위터에 “나는 강력하게 낙태를 반대한다”면서도 “성폭행과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 등 3가지는 예외”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내 ‘정적’인 밋 롬니(유타)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민주당은 여성 예비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공격에 나섰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은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이 갖고 있는 ‘임신·출산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시작했다”고 비판했고,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도 앨라배마주 법에 대해 “위험하며 주류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퀴니피악대학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7%가 미국 경제 상황이 훌륭하거나 좋다고 답했다. 하지만 재선 가상대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예비 대선후보 중 한명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11%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NYT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힘을 실어준 주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기에 공화당 내에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경제적 성과를 내세우기 보다 지지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이슈에 집중해야 이길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관측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당내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탄핵론’을 꺼낸 저스틴 어마시(미시간) 하원의원을 최근 공격하고 나선 것도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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