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가 뭐길래.’
정부가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처리를 놓고 일부 지자체와 해당 지역구 의원들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개정안엔 인구 100만명 이상의 기초단체를 ‘특례시’로 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기 수원(약 120만명)과 고양(104만명), 용인(100만명), 경남 창원(105만명) 4개시가 특례시 요건에 해당되는 데, 정부는 특례시에 189건의 행정·재정적 자치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예컨대 특례시는 50층 이상의 건축물 허가권을 갖거나 지방소비세 인상분 일부를 직접 교부 받을 수도 있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는 2020년까지 구체적인 특례를 발굴해 법제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특례시 지정은 기초단체 간 인구편차가 매우 커 지역 간 차등분권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원시 인구는 충북 계룡시(43만명)보다 약 27배, 심지어 광역시인 울산(116만명)보다도 많다.

하혜영 입법조사연구관은 최근 펴낸 이슈와논점 ‘대도시 특례 제도 현황과 향후 과제’에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광역시와 유사한 수준의 행정수요를 갖고 있으나 기초단체의 지위를 갖고 있어 도시 발전에 제약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다고 해서 광역시로 승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상위 단체인 도(道)로부터 분리가 돼야 하는 데 해당 대도시와 도, 다른 기초단체들과의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특례시 지정 기준을 인구 100만명 이상으로 자른 데 대한 반발도 크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96만7510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한다. 인구가 각각 84만명, 65만명가량인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도 행정수요가 100만명 이상이라는 점 등을 내세워 특례시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성남 분당갑의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전주병의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은 최근 특례시 요건으로 △인구 100만 이상 △인구 50만 이상으로 행정수요가 100만 이상이거나 도청 소재지인 경우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하 연구관은 “특례시 지정에 있어 인구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지만 그 외에도 급변하는 사회·경제적인 환경을 고려한 기준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인구와 함께 추가 선정기준을 둘 경우에는 대도시 지정 심사절차를 별도로 마련해 지역 간 특혜 시비가 발생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특례시의 지위와 권한이 뭔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도 갈등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됐을 때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대해서는 ‘특례시’ 행정적 명칭을 부여해 대도시에 대한 특례부여 촉진 등을 유도한다”고만 설명했다.
하 연구관은 “권한을 이양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소요될 비용과 인력 등을 추계하고 사무이양과 동시에 인력 및 예산 등이 함께 이관될 수 있도록 제도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목조정과 국세와의 공동세 비율 조정 등을 하지 않고서는 특례시로 전환될 경우 재정권한의 확대 없이 업무만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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