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순이삼촌’으로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상에 알린 현기영(78)작가가 ‘제3회 제주4·3평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현 작가는 지난 1일 제주 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주4·3평화재단 주최 제3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평화상 본상을 수상했다.
제주가 고향인 현 작가는 1978년 창작과 비평에 4·3 북촌리 학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했다. 당시 문학계 ‘금기’였던 4·3사건을 공론화하며, 문화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4·3사건 관련 소설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1979년 군 정보기관에 끌려가 심한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후 ‘순이삼촌’은 14년간이나 금서로 지정됐다.
이후 현 작가는 1999년 다시 4·3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자 자전적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창작과 비평사)를 발표했다. 그외 대표작으로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 타는 섬’, ‘마지막 테우리’(이상 창작과 비평사) 등이 있다.
그는 제주4·3연구소 초대소장,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4·3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 작가는 4·3평화상 수상 후 “4·3은 늘 다시 시작해야 하는 영원한 과제”라면서 4·3운동을 끊임없이 재기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4·3 참사 속 희생된 원혼들이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둠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민중의 말살된 기억을 되살려 재기억시키는 일을, 살아있는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작가는 이날 “작가로서만이 아닌, 제 모든 정체성에 대해 수여하는 상이라 정말 기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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